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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소녀시대 공통점은…" 1500명 열기

입력
2013.02.2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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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과 빅뱅, 소녀시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유명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다. 다소 뜬금없는 물음이다. 21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1,500여명의 중ㆍ고교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한 학생이 "잘 생겼어요"라고 외치자 조용하던 실내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함께 웃던 백 교수는 "멋지고 예쁜 것도 맞지만 생물학적으로는 270개 종류의 세포 10조개로 이뤄졌다는 점"이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일보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한 '제20회 자연과학 공개강연' 첫날, '과학의 궁극적 질문들: 과학의 본류를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행사는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수학 등을 넘나들며 과학 꿈나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 강연자로 나선 백 교수는 '생명 보물섬을 향해 떠나는 모험 여행'이란 강의에서 생물학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놨다. 학생들은 강연에 푹 빠져들었다.

백 교수가 "일본 히로시마 피폭으로 생긴 유전자 돌연변이를 연구해보자는 취지로 1985년 미국이 일본에 제안한 게 휴먼게놈프로젝트의 기원"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학생들은 놀라움을 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3년 인간의 유전자 전체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의 유전자 수(3만개)가 초파리(1만7,000개)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청중들은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의 자존심에 생채기라도 난 듯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백 교수는 "생물의 복잡성은 유전자 개수의 단순 합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며 유전자와 환경의 중요성을 풀어냈다.

뒤이어 청소년들은 최덕근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함께 수십억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갔다. 강의 주제는 '10억년 전으로 시간여행'. 최 교수는 "45억년 전 생긴 원시 지구의 하루는 5, 6시간이었지만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힘(인력)에 의해 자전속도가 느려져 24시간이 된 것"이라며 "지구의 자전은 75억년 후 완전히 멈춘다"고 말했다. 호기심 찬 얼굴로 듣던 이상찬(16ㆍ서울 대청중2)군은 "지구가 돌지 않으면 낮과 밤이 바뀌지 않는 것 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집에서 과학책을 뒤져봐야겠다"고 했다.

물리ㆍ천문학부 최선호 교수와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는 각각 철, 수소 등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의 탄생과 수많은 정보가 생산되는 빅데이터 시대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에 이어진 질문시간에 청소년들은 앞 다퉈 손을 들었고, 강단에 선 교수들은 호기심에 찬 학생들의 엉뚱한 물음도 가벼이 넘기지 않았다. 한 학생이 "우주에 외계인이 정말 있을까요?"라고 묻자 최선호 교수는 "굉장히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한 뒤 "드넓은 우주에 인류 혼자 살고 있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석 한국일보 사장은 축사에서 "호기심과 의문에서 시작되는 게 과학"이라며 "이번 강연을 통해 과학자의 원대한 포부를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반응도 뜨거웠다. 주부 이명원(46)씨는 "지난해 공개강연을 들은 친구가 소개해줘 중학생 아들과 함께 왔다"며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강의가 진행돼 아이가 문과, 이과로 장래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과학 공개강연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미해결 수학문제와 빅뱅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이틀간 강연을 수강한 학생에게는 수료증을 수여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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