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발표 이후 유력한 교황 후보로 거론되던 추기경이 아동 성추행 사건에 연루됐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추기경 티모시 돌런 미국 뉴욕 대주교가 2000년대 중반 밀워키 대교구에서 일어난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2009년 뉴욕 대주교에 임명된 돌런은 2002년부터 7년간 밀워키 대주교로 있었다. 당시 밀워키 대교구에서는 사제들이 수십 년 간 아동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고 현재까지 무려 575명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규모 법적 소송에 휘말린 밀워키 대교구는 2011년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날 조사에서 원고 측 변호사들은 돌런 대주교가 당시 사제들의 성추행 의혹을 알고 있었는지, 또 얼마나 빨리 이 사건을 대중에 공개했는지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대교구의 조지프 즈윌링 대변인은 성명에서 “돌런 대주교는 조사에 전폭적으로 협조했다”며 “그는 밀워키 대주교로 있을 당시 성추문에 연루된 사제들의 실명을 공개할 것인지를 두고 오래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의 대표이기도 한 돌런 대주교는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해 신도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에 오른 그는 다음달 중순께 열릴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참석을 위해 다음주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콘클라베 개최 직전 추기경들의 과오가 새삼 환기되는 전례를 볼 때 돌런을 비롯해 다른 추기경들의 성추문 스캔들도 속속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로스앤젤레스(LA) 대주교를 지낸 로저 마호니 추기경도 교구 내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23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외에 성추문에 연루됐던 션 브래디 아일랜드 추기경, 저스틴 리갈리 필라델피아 추기경도 콘클라베 참석자 명단에 올라 비난을 받고 있다.
바티칸 역사학자들은 “건강상 문제나 정부의 개입으로 문제가 생긴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추문으로 추기경의 콘클라베 참석이 좌절됐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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