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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47억 빼낸 뒤 4차례 '페이스 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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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47억 빼낸 뒤 4차례 '페이스 오프'

입력
2013.02.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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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도피행각을 벌여온 30대가 검거됐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21일 회사 자금 47억원을 횡령한 윤모(35)씨와 윤씨에게 은행계좌를 빌려준 신모(34)씨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 다른 공범 최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윤씨의 횡령수법과 도피행각은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윤씨는 2011년 5월 충남 아산의 한 중견 벤처기업에 입사, 성실한 근무자세와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자금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윤씨는 1990년대 강남에서 술집 종업원 생활을 하다 살인사건에 연루돼 징역 6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전과자였다. 회사측은 윤씨의 전과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회사의 곳간지기를 맡은 그는 지난해 말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자신과 공범 2명의 명의로 된 통장 5개를 만든 뒤 지난달 4일과 7일 단 이틀 만에 회사 돈 47억원을 빼돌렸다. 그는 범행에 앞서 부하직원을 미리 휴가를 보내고 주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돈을 빼돌린 그는 동료들에게 부친병환으로 고향에 간다며 회사를 나섰다. 윤씨는 곧바로 서울 강남 일대 은행 10곳을 찾아가 33억6,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 벤츠승용차 등을 구입하고 특급호텔에 머물며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즐겼다.

뒤늦게 윤씨의 범행을 눈치 챈 회사는 경찰에 고발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수배사진을 올리고 현상금 1억원을 내걸었다. 그러나 윤씨의 행적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공개수배 이후 4차례에 걸쳐 눈, 코, 이마를 '페이스오프'성형한 그는 공개수배 사진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검거 당시 경찰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얼굴은 바뀌어 있었다.

윤씨의 도피행각도 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치밀했다. 그는 광주시 광산구 수안동의 원룸 3,4층을 한꺼번에 임대한 뒤 내부통로를 만들고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해 경찰추적에 대비했다. 고지대에 위치한 원룸은 도로상황을 한 눈에 내려볼 수 있는 위치였다. 지난 1일 은신처를 파악한 경찰이 들이닥쳤으나 CCTV를 통해 경찰을 확인한 그는 미리 확보해 둔 옥상 도주로를 통해 달아났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 그는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고향집 텃밭에 현금 16억원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묻었다. 하지만 경찰은'고향마을에서 윤씨를 봤다'는 제보를 받고 행적을 추적, 지난 20일 전남 무안의 또 다른 은신처에 숨어있던 윤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윤씨가 인출한 돈 가운데 무안 은신처에 보관해온 11억원과 고향집에 묻어둔 16억원을 회수했다.

아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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