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미 소설집으로 묶어서 발표한 적이 있는 꽤나 진지한 단편소설 한 편을 재미 삼아 내 페이스북에 올려보았다. 올리면서 나는 특별한 기대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페이스북 같은 SNS 공간에서는 짧고 재치 있는 글들이 환영을 받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긴 글을 올리지 않는 게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다. 그런데 원고지 100매가 넘는 내 단편소설은 페이스북 창을 끝없이 채울 정도로 긴 텍스트였다. 그걸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읽을라치면, 얼마나 자주 화면을 드래깅해야 하겠는가.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클릭수가 내가 평소에 올리는 분량이 짧은 글들에 비해 전혀 적지 않았고 오히려 댓글은 서너 배나 많이 달린 것이다. 댓글들의 내용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댓글은 거의 없고 진짜로 소설을 읽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지하고 구체적인 댓글 일색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일을 겪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짧고 재미있는 글을 원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한편으론 길고 진중한 글에 대한 결핍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에 취할 때 똑같이 그 반대의 것에 대한 결핍을 함께 키우는 것이다. 균형을 잡고 중심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인간의 항상성이나 균형감각이 알면 알수록 놀라울 따름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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