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소리는 말이 억세어서 욕으로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표기하기에 불편한 소리이기도 하다. 된소리가 뭔가? ㅃ, ㅉ, ㄸ, ㄲ, ㅆ처럼 되게 발음되는 단자음이다. 경음(硬音) 농음(濃音)이라고도 한다. 발성을 기준으로 설명한 사전 풀이는 말이 아주 어렵다. ‘후두(喉頭) 근육을 긴장시키거나 성문(聲門)을 폐쇄하여 내는 소리’가 된소리라는 것이다.
소리에는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인간은 연음(軟音) 평음(平音)이
라고 불리는 예사소리만으로는 감정과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어 된소리와 거센소리를 내게 됐나 보다.
거센소리, 이른바 격음(激音)은 ㅊ, ㅋ, ㅌ, ㅍ 딱 네 가지이다. 그런데 어떤 점에서는 격음보다 경음이 더 강도가 높은 말로 들린다. '단단하다'를 예로 들면 경음은 딴딴하다, 격음은 '탄탄하다'이지만 탄탄한 것은 딴딴한 것보다 오히려 좀 약하거나 영 뜻이 다른 말로 들린다.
좌우지우지좌지우지간에, 를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어떤 사람은 “내친 김에 된소리 안 쓰는 날을 하루 정해서 거국적으로 캠페인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걸걸걸~!”이라고 했다.
된소리 화제를 제공한 S씨는 “된소리를 안 하니 나사 하나 바진 것 같기도 하고, 심성이 착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구 스다 보니 마음이 부들부들해지는 것 같은데, 곡 노전에서 파는 버터구이 오징어나 문어 같은 맛이라 할가요?”라고 했다.
그는 된소리를 쓰지 않으면 맞춤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된소리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을 자꾸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갑자기 국어공부를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값이 싸다'를 '사다'고 쓰는 게 꺼려져 그 말 대신 '값이 헐하다'고 쓰는 식이다.
된소리 때문에 해외에서는 한국어가 싸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고 지적한 캐나다동포는 “말을 조용히, 천천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어떤 경우 된소리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어쨌든 된소리는 구박을 당하고 있다. 된소리가 없으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도 간단할 거라는 말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이다. 한 여성은 “내 컴퓨터는 된소리가 잘 쳐지지만 새끼 손가락 쓰기가 싫어 그냥 ‘햇겟구나', '하엿습니다', '가셧습니다’ 등등으로 틀리게 내버려 둔다.”고 했다. 실제로 된소리를 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손가락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장기간 그렇게 할 경우 근육과 관절에 불편이 초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있는 글자를 맞게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된소리를 살리지 않으면 정확한 음감과 음색을 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19일 밤 KBS 1TV가 방영한 ‘세상 사는 이야기’는 된소리투성이였다. 귀향한 장남 부부와 함께 사는 전남 해남의 본촌할매는 된소리가 없으면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할머니는 '쪼깐', '쪼까', '째깐', 이런 말을 수도 없이 썼다. 할머니의 딸은 어머니가 자린고비라며 '깡깡이'라고 놀렸다. 장남은 설날에 형제자매들이 어머니를 찾아왔다가 곧 돌아가는 것을 “마포 바지 방구 빠지대끼 싹 다 가버린다.”고 말했다.
된소리는 불편하긴 하지만 꼭 있어야 하는 소리다. 다듯한, 아니 따뜻하거나 따듯한 마음으로 된소리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된소리가 빠지면 우리말과 글에서 멋도 맛도 없어지게 될 수가 있다.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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