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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체벌받은 초등생 숨져… 학대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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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체벌받은 초등생 숨져… 학대 의혹 수사

입력
2013.02.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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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김모(8)군은 늘 혼자였다. 도금업체에서 일하는 아버지(31)는 무서웠고 6년 전부터 함께 살던 의붓어머니(35)는 자주 집을 비웠다. 외아들인 김 군은 집에서 100m 남짓 떨어진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집 주변에 친구도 없었다. 이웃들은 김군이 가여워 과자 등을 챙겨주곤 했다. 김군의 이웃인 한 남성은 "김군에게 먹을 것으로 주려고 다가서면 깜짝 놀라 물러서곤 했다"며 "김군을 돌봐주는 친척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20일 0시30분쯤 인천 남동구 간석동 자신의 다세대주택에서 잠을 자다 경기를 일으켰다. 구토 증세까지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응급차 안에서 숨졌다. 김군의 등과 엉덩이, 팔, 다리 등에는 20여 곳의 시퍼런 멍 자국이 나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김 군은 숨지기 5시간 전 아버지와 의붓어머니 안모씨에게 나무 몽둥이와 효자손으로 심하게 맞았다. 거짓말을 하면서 시키는 공부는 않는 대신 TV를 보고 컴퓨터 게임을 했다는 이유였다. 기마자세로 벌까지 세운 체벌은 1시간 동안 이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학교 쪽에서 말하는 김 군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거짓말을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맞았던 김군이 학교에서 학급회장을 맡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다는 것이다. 김군이 다니던 초등학교 관계자는 "김군은 그림 그리기와 글짓기, 줄넘기 대회에서 상을 여러 차례 탔던 학생"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사중인 인천 남동경찰서는 이에 따라 부모의 체벌에 대한 정확한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사인을 가리기 위해 조만간 부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군 부모의 폭행이 직접적 원인일 경우 폭행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며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군 부모는 이전에도 한 두 차례 김 군을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 부모는 경찰에서 "훈육을 위해 때렸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사실 심각한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보호자가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인수 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과장은 "아동학대의 80%가 가정에서 발생하다 보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채 학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11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아동 13명(여아 6명)이 학대를 받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9건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숨진 아동의 연령은 만 1세 미만에서 17세까지 다양했지만 자기보호능력이 없고, 피해가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적은 만 5세 이하 아동(77%)에 피해가 집중됐다. 숨지기 전까지 매일 학대를 당한 경우가 7건에 이르고 일회성 학대는 3건에 불과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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