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올 때마다 '돌아오겠다'(I'll be back, 영화 '터미네이터'의 대사)고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오래 전에 보디빌더로서 오기도 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방송을 진행했던 아내와 함께 오기도 했으며, 주지사로 무역 통상과 관련해 오기도 했지요. 이번엔 배우로서 한국의 훌륭한 감독(김지운)과 함께 다시 한국을 찾게 돼 기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보디빌더에서 할리우드 액션 스타를 거쳐 다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65)가 배우로 복귀해 10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라스트 스탠드'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만든 첫 번째 영화로 21일 국내 개봉한다.
그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찾던 중 이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면서 "과거 '액션 히어로'였으나 나이가 들어 평범한 삶을 살던 중 다시 영웅이 되는 주인공이 나와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에 대해선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출과 시각적 표현이 좋았다"며 "현장에서도 굉장히 열정적이고 능동적인 감독이었다"고 평가했다.
영화는 젊은 시절 로스앤젤레스 경찰로 전성기를 보낸 뒤 고향인 시골 마을로 내려와 보안관으로 일하던 주인공이 국경을 넘으려는 마약 조직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다. 환갑을 넘은 나이에도 그는 "아직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매일 아침 운동을 할 만큼 운동은 내 삶의 일부이고 현장에서 아직도 스턴트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했다.
전날 김지운의 단편영화 '하이드 앤 시크' 현장을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 영화산업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다"며 "한국은 대단한 나라"라고 치켜 세웠다. 김지운 박찬욱 등 한국 감독들이 연이어 미국 영화산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선 "할리우드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재능과 비전, 스타일을 갖췄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국내 영화인들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뚜렷한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해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한국이라는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슈워제네거는 2003년부터 8년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주지사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그것이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됐다. 주정부 관료는 가장 좋은 배움의 장소이고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주지사답게 국내 정치적 상황에도 관심을 보였다.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당선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인 만큼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한국에겐 많은 친구들이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저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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