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백선(47)은 전공인 수묵화보다 건축과 디자인으로 일반에 이름을 알렸다. 대안공간 루프, 래미안 갤러리 등 미술관 설계를 비롯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아트디렉터(2009~2010), 문화재청 자문위원(2011)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한국 전통미술과 현대인의 감수성을 접목시켜왔다. 김씨의 개인전이 22일부터 3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미술관 학고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밑천부터 커밍아웃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본관에 걸린 첫 작품 '안개'(2012)는 설악산의 고요한 풍경을 흑백으로 찍은 영상으로 바람이 불어 잔잔하게 움직이는 나무를 통해 시간의 흐름, 자연의 변화를 담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 이를 예술로 조형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작품은 연속된 4컷의 대나무 사진을 통해 계절의 순환을 그린 '대나무' 시리즈(2012). 이어 걸린 수묵화 2점은 서양의 드로잉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거친 붓질로 굵은 선을 표현했다. 작가는 "나의 본령은 동양화이고, 그 기본은 선"이라며 "(선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형상과 공간에 대한 본질을 보여주는 것에 관심있다"고 말했다.
성냥개비를 교차해 쌓은 탑을 연상시키는 설치작품 '공(空)'에도 동양화의 기본인 선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어 한지, 한옥 등 전통 예술양식과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킨 설치작품들을 찍은 영상이 상영된다. 2009년 경복궁 수라간 터에 오늘의 식문화공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설치 작품 '화풍: 경복궁으로의 초대', 작가가 디자인 하고 악기장, 소목장 등 무형문화재 4명이 공동 제작한 '서권기문자향'(2009, 코엑스) 등이다. 200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코리안 다이닝'이란 주제로 초대돼 만든 설치작품 '국수'를 찍은 영상에서는 피식 웃음이 난다.
사진 '대나무' 연작 시리즈, 설치작품 '집'이 전시된 신관 역시 이 형식을 반복, 변주한다. 작가는 "한국 전통 예술은 근대화를 거치며 단절됐고, 이제 몇몇 장인들에 의해 원형이 근근이 전수된다. 현재와 접목시켜 동시대인이 향유할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02)720-1524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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