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특집을 통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외연을 넓혀 젊은 층과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아이돌 특집' 연출을 맡은 고찬수 PD는 1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 동안 조연 및 재연 배우들이 출연해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에 '제국의 아이들' 김동준과 '주얼리'의 김예원, '포미닛'의 남지현을 캐스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돌 가수의 드라마 출연이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드라마의 장르 및 시청자층을 가리지 않고 아이돌 캐스팅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아이돌이 미니시리즈는 물론 주말 및 일일 드라마 속 20, 30대 젊은 배역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 주말드라마 '아들 녀석들'에는 가수 서인국 출연 중이고 수목 드라마 '7급 공무원'은 2PM의 멤버인 황찬성이 주인공을 맡고 있다. KBS도 월화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에는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한선화가 수목드라마 '아이리스 2'에는 그룹 '비스트'의 윤두준이 출연 중이다. 또 3월 9일부터 방영될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는 가수 아이유가 주인공 역을 맡았다. SBS도 월화드라마 '야왕'에는 '동방신기' 출신의 정윤호(유노윤호)가,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는 걸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각각 출연 중이다.
아이돌 드라마 전성시대는 배우 공급 및 연예인 배출 시스템 변화와 맞물려 있다. 드라마 제작사 이김프로덕션 조윤정 대표는 "2000년대 초ㆍ중반 이후 방송사들이 탤런트 공채를 없애면서 20대 연기자를 아이돌 출신에서 찾게 된 것"이라며 "연기자가 되기 위해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연기력을 인정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붐을 가능하게 한다. 1세대 아이돌 그룹 'SES' 출신 유진은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신화'의 김동완은 KBS '힘내요 미스터김'에서 호연 중이다. 지난달 17일 종영한 MBC 드라마 '보고싶다'에서도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와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이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대형 기획사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노래와 춤은 물론 연기까지도 교육 과정으로 편성하고 있어 아이돌은 검증된 신인 연기자 후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드라마 제작을 위한 투자 유치와 방영 이후 해외 판매도 아이돌 캐스팅 붐을 유도하는 요인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이시권 사무총장은 "한국 드라마가 수출이 늘어나면서 K팝 스타들을 기용해 해외 판매 및 투자 유치를 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은 드라마의 홍보 및 편성에도 도움이 된다. KBS의 관계자는 "아이돌을 캐스팅할 경우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주면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20대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돌 캐스팅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 관계자는 "아이돌 연기자의 급증으로 정통 연기를 지망하는 배우의 명맥이 끊길 위기"라며 "특정 스타에게만 배역이 집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드라마의 품질 저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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