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세대인 저는 활동 범위를 클래식으로 한정하기보다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음악계의 일원으로 인정 받고 싶습니다. 그게 아버지, 형과의 차이점이죠."
2대에 걸쳐 3명의 지휘자가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 명가 예르비 가문의 막내인 크리스티안 예르비(41)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의 아버지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네메(76), 형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등 3개의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NHK교향악단의 차기 상임지휘자로도 선임된 파보(51)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해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과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피아노사중주(관현악 편곡 쇤베르크)를 들려주는 크리스티안을 19일 만났다.
그는 "전 세계 클래식 음악 연주단체의 발전 속도는 마치 100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다른 분야에 비해 정체해 있다"며 "오케스트라를 통해 브람스 같은 작곡가의 음악이 박물관 음악이 아닌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브람스의 곡은 당대 유행한 헝가리 민속음악의 영향을 받았죠. 마찬가지로 지금의 클래식은 팝, 재즈, 록 등 다른 장르의 영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휘자는 연주자들의 영감을 일깨워 브람스가 얼마나 혁명적이고 진보적이었는지 드러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 스웨덴 노를란드 오페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스트리아 빈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등을 거쳐 독일 라이프치히 방송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클래식계가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팝 등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거장으로 불리는 많은 지휘자들이 클래식만 듣지만 그보다는 여러 장르를 섭렵한 지휘자와 연주자가 좀 더 풍성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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