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떠돌던 학교 매매가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사립학교는 재단 이사진이 바뀌더라도 대가를 주고 받을 수 없게 돼 있으나 대구 남구지역 모 사찰 회주인 승려 W씨가 경북 청도지역 한 사립 중고를 거느린 학교법인을 수십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이 같은 사실을 W씨가 재단 인수 후 명칭을 M학원으로 바꿨고, 이 과정에서 전 이사장 측에 수십억원을 ‘눈물 값’으로 건넨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학교는 10여 년 전에도 학내분규 과정에서 재단 매매의혹이 제기됐고, 2000년대 이후 3번째로 경영권을 확보한 이사장도 전 이사장 측에 25억원 가량을 주고 자기 사람들로 이사진을 구성했다는 것. 농촌지역에 있으면서도 ‘명문’ 반열에 올랐던 이 학교는 재단 매매와 이에 따른 학내외 반발, 재단 매각 등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본지 취재결과 현 재단이사장인 W씨는 2011년 학교를 인수하면서 당시 이사장이던 K씨 측에 인수대금을 수표와 무통장입금 등의 방식으로 수 차례에 전달했다. 통상 사립중고교의 ‘매매가’는 1학급당 1억원 가량이지만 W씨는 통상적인 거래가보다 더 많이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씨는 2010년 전 재단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W씨에게 넘겼다. 사립학교 경영권은 재단 이사진을 완전 교체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며, 법적으로 이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대가도 주고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1990년대부터 계속된 학내분규에 골머리를 앓다가 새 재단이사진이 들어선다고 하자 전후 사정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이사진 변경신청을 허가하는 우를 범했다.
한 사학 관계자는 “사립학교 재단이 바뀔 때 새 재단이 전 재단 측에 불법으로 ‘위로금’을 건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대부분 현금으로 전달하는 등 은밀하게 이뤄져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구나 A씨는 이 학교를 인수하면서 사찰이 운영하는 B불교대학을 끼워 넣어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접 학교재단을 인수할 경우 학교는 사실상 종단 재산이 되고, 자기 뜻대로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A씨가 동원한 ‘인수자금’은 신도들이 낸 것이며, 불교대학의 핵심 간부들이 재단이사로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씨의 비리는 재단 인수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 이사진 구성 후 경북도교육청이 이 학교에 지원한 교육환경개선사업비는 19건, 23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상당액이 공사비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독서실에 냉난방기 15대를 설치하면서 동배관과 전선 양을 실제 필요한 것보다 4~5배 많은 860m로 설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W씨는 이런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 횡령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경북도교육청은 뒤늦게 감사팀을 파견, 최소 2건 이상에서 공사비 부풀리기 사실을 확인하고 20일부터 전면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재단 매매나 교육청 지원금 횡령의혹을 강력 부인하던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도 “이번에는 재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황당할 따름”이라며 “재단 인수과정과 교육환경개선사업비 집행 과정에 대해 전면적이고 철저한 감사를 벌여 지원금을 환수하고, 사법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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