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PB센터.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를 하는 이 곳에 오전부터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많게는 수백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이들이다. 대부분 세법 개정으로 금융소득 과세 부담이 늘어나자 세금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 위한 방문이다. PB센터 관계자는 "세법 개정 이후 투자 방향을 조정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세법 시행령 발효로 금융권에서 절세와의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 비과세 상속형 즉시연금 등 절세 특판상품이 사라졌지만 한 푼이라도 더 세금을 아낄 수 있는 투자상품을 내놓으려는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사들은 고액 자산가들의 절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크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하향되고, 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재테크 지형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절세에 대한 관심 확산에 발맞춰 PB서비스 대상을 최상위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까지 확대했다. 박미경 한화투자증권 PB전략팀 상무는 "최근 재테크와 관련해 전문가 조언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 금융자산 2억5,000만~10억원 정도(거래금액 1억원 이상) 보유한 중산층 이상 자산 보유자들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새 PB브랜드 '엘리저'를 출범했다"고 말했다.
금융소득을 분산해 절세 효과가 있는 월지급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상품이 다양화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월지급형 상품에 고객들이 몰려들면서 월 지급 수익률 보장에 이어 조기상환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걸며 추가 수익을 올려주는 상품까지 등장했다"며 "고수익과 절세를 동시에 요구하는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새로운 자금흐름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 시행령 개정에서도 살아남은 비과세 상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상속형 즉시연금은 납입보험료가 2억원을 넘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에 맞춰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기존 즉시연금 상품에 공시이율을 월 단위가 아닌 1년 확정(4.1%)으로 적용하는 틈새상품을 출시했다. 금리 하락기라는 점을 감안 이율을 1년 단위로 적용해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주려는 것이다. 자본 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되는 브라질 국채신탁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터키, 멕시코 등의 국채에 투자하는 이머징 국채상품도 늘고 있다.
투자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여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 대기자금 성격이 강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투자자예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139조원이상이 모여든 것도 이런 기대감을 더욱 부추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가 재도입된 2001년에도 전체 은행권 수신예금의 50%에 육박하던 1억원 초과 거액예금 중 상당수가 증권시장으로 이동한 전례도 있다.
송정환 현대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세법 개정 특수를 잡기 위한 금융사간 뜨거운 경쟁이 시작됐다"며 "저금리ㆍ저성장 흐름과 함께 이번 과세제도 개편으로 증권시장을 비롯한 금융산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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