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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문화' 덕에 옆동네 단독주택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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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문화' 덕에 옆동네 단독주택 들썩

입력
2013.02.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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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풍경은 생각도 못했죠."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박종철(53)씨는 요즘 가게 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믿기질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골목을 누비고, 2, 3층짜리 구식 주택 사이마다 알록달록 단장한 게스트하우스들이 속속 들어선다. 박씨도 변화에 뒤쳐질 새라 식당 벽에 'Rabokki'(라볶이)라고 써 붙였다. "어떤 날은 외국인 손님이 30명도 넘게 찾아와요."

연남동과 마주한 동교동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홍대입구역과 가까운 대로변은 물론 주택가 안쪽까지 카페 천국이 되고 있다. 실제 단독주택 담 사이를 빠져 나가니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단독주택 창고를 개조해 문을 연 카페 '애틱'이다. 사장 유승엽(46)씨는 "작년부터 반경 50m 안에 3개의 카페가 더 생겨 동네 분위기까지 바뀌었다"고 했다.

동교동과 연남동은 홍대 번화가에서 먼 탓에 싼 임대료가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전형적인 동네상권이었다. 그러나 공항철도(2010년)와 경의선(2012년)에 홍대입구역이 잇따라 개설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동인구가 급증하고 도심 숙소 부족에 시달리던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아오면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주점 등이 주택가 안쪽까지 들어섰다.

연남동에만 게스트하우스 숫자가 최근 50개를 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연남동에서 3년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설인덕(31)씨는 "교통이 편리한데다 밤에는 홍대 문화를 즐길 수 있어 빈 방이 별로 없다"고 했다.

부동산1번지 공인중개사 이경근(53)씨는 "집주인들이 단독주택을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원룸 등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며 "카페가 들어서면 월 100만원 안팎의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외관이 산뜻해져 건물 가치가 오를 것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개조 가능한 단독주택 물량이 있는지 묻는 전화도 끊이지 않는다.

연남동과 동교동의 단독주택 가치는 최근 3년간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올랐다.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10~20%, 임대료는 40% 정도 올랐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공항철도 출구와 인접한 곳은 권리금이 5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이모(46)씨는 "연남동이 주변 지역보다 가격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며 "홍대(서교동) 단독주택은 평당 3,000만원이 넘고 대지 규모도 큰 곳이 많아 거래가 어렵지만, 연남동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독주택의 상업적 가치는 전반적으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1년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각 0.4%, 4.5% 떨어졌지만 단독주택은 1.9%, 0.1%씩 올랐다. 추락하는 부동산시장에서 단독주택이 단독비상 하는 셈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위원은 "최근 2, 3년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자 단독주택을 개조해 임대상품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공급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져 숙박비를 내린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단독주택 소유자에겐 임대사업이 매력적이지만, 외부 투자자가 단독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하면 임대수익률 6%를 넘기 어렵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연남동은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 주목 받는 지역이지만 원룸과 게스트하우스는 1년이면 지을 수 있어 자칫 공급이 넘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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