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은 혹시 ‘산학협력’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산학협력이란 기업을 비롯한 산업계와 대학이 서로 협력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대학은 현장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대학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보다 용이하게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산학협력의 기본적인 취지이다.
우리나라에서 산학협력은 당시 문교부가 학생들의 현장실습 지원을 목적으로 1963년 제정한 산업교육진흥법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각 대학별로 산학협력단을 운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필자 역시 산학협력단장을 두 번에 걸쳐 총 5년 5개월 동안이나 수행한 바 있다.
그런데, 1월 22일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현 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학협력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한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은 대학 총장의 위임을 받아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육성하여 현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만일 산학협력 업무가 경제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경우 다음의 몇 가지 문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산학협력이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이라는 협소한 틀에 얽매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이 산학협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학협력이 단순히 과학기술부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최근 추진되기 시작한 대학재정지원 사업인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의 경우 학제간 융합연구와 교육의 확대를 통한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위해 자연과학, 공학, 인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학기술에만 국한된 산학협력은 창의력을 갖춘 인재육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 산학협력의 장기적 효과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식과 기술은 개발에서부터 활용에 이르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발견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한 지식이나 기술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주목을 받고 활용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그런데 단기적인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가 불확실할 경우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
셋째, 산학협력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산업체의 요구와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대학들이 길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산학협력의 목적은 단순히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급하는데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사회 곳곳에 배출하는 데 있다. 만일 산학협력 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경우 개별 기업의 수요에만 국한된 인력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에는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업교육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생들로 하여금 단순히 취업 위주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도전정신과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창업으로 인도하는 것 또한 산학협력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앞으로 정부가 대학 연구 성과의 사업화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면, 현재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보유한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재정지원 및 세제정비가 현 제도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연구 결과물의 단기·중기·장기적 성과를 확대하는 방안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산학협력의 핵심 기능이 인재육성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연구개발과 교육을 분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정말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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