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참전용사 60년 만에 화상 소녀 찾아
6ㆍ25전쟁에 참가했던 80대 미국인이 전쟁 당시 자신의 도움으로 화상을 치료한 한국인 소녀와 60년 만에 재회한다. 국가보훈처는 미군 참전용사 리처드 캐드월러더(82)씨의 요청으로 지난달 29일부터 ‘화상 소녀 찾기 캠페인’(본보 1월30일자 29면)을 벌인 결과, 20여일 만에 ‘화상 소녀’인 김연순(72)씨를 찾았다고 19일 밝혔다. 보훈처 측은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초청행사’의 하나로 다음 달 중 캐드월러더씨 부부를 초청, 김씨와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라며 “미국ㆍ영국ㆍ캐나다 등 21개 한국전참전용사협회와 함께 ‘60년 전 한국군과의 인연 찾기’ 캠페인도 계속 전개한다”고 말했다.
캐드월러더씨는 경기 수원에 주둔한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1953년 겨울 턱과 손, 목 등에 심한 화상을 입고 어머니와 함께 부대를 찾아온 김씨(당시 12세)가 부대에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54년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가 은퇴한 캐드월러더씨는 지난해 말 사연을 담은 이메일을 보훈처에 보내 소녀를 찾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전에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보훈처는 캠페인 기간 동안 캐드월러더씨의 부대가 있던 화성시 매향리 인근 주민의 최초 제보를 토대로 현장 방문조사와 면담 등을 거쳐 화성시 우정읍 호곡2리에 사는 김씨를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캐드월러더씨와 김씨 간의 통역 역할을 했던 백완기(74)씨의 제보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고 보훈처 측은 전했다. 김씨는 “치료를 받던 6주 동안 매주 병원에 과자를 들고 찾아오는 캐드월러더씨를 나는 ‘미국 아버지’라고 불렀었다”며 “그의 호의 덕에 우리 가족은 입원비와 치료비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회고했다. 현재 애리조나에 사는 캐드월러더씨는 “60년 동안 그리워하고 찾고자 했던 이 소녀를 한국 정부가 이렇게 빨리 찾아준 데 대해 놀랍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캐드월러더씨가 60년 만에 찾은 ‘화상 소녀’ 김연순씨의 1953년 모습(왼쪽 사진)과 현재 모습. 국가보훈처 제공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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