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의 국립극장 테아트로 레알의 신작 오페라 세계 초연, 베를린필의 송년 콘서트,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다닐 트리포노프의 프랑스 파리 독주회. 최근 1주일 간 관람한 공연이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건 아니다.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PC로 봤다. 최고의 공연을, 최상의 음질과 최고의 화질로, 그것도 공짜로! 국경을 넘어 공연 실황을 내보내는 인터넷 방송 덕분이다.
콘서트, 오페라, 발레, 연극, 무용 등 공연장에 가야 볼 수 있었던 무대예술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특히 스마트폰은 '내 손 안의 극장'이다.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열기만 하면, 수많은 공연을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다. 1시간 분량의 클래식 콘서트나 2시간 분량의 오페라 전막을 통째로 볼 수도 있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유럽의 인터넷 방송 메디치TV나 베를린필의 디지털 콘서트홀은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애호가라면 입이 떡 벌어지게 좋은 공연이 수두룩하다.
클래식 콘서트와 오페라, 발레 공연 실황을 내보내는 메디치TV는 2008년 정식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200만명의 디지털 관객을 모았다. 바그너 오페라 축제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2008년 개막작을 실시간 생방송한 것을 비롯해 베르비에, 아스펜, 액상 프로방스 등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도 여기서 볼 수 있다. 일정 기간(보통 두세 달) 무료로 내보내고 이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한다. 1개월, 3개월, 1년 이용권을 사거나, 건당 2.99유로나 3.99유로를 내면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클래식음악 웹사이트로 꼽히는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 홀은 최근 스마트폰용 앱을 내놓았다. 베를린필 공연을 실시간 생방송과 다시 보기로 볼 수 있다. 6대의 HD 카메라가 무대와 객석, 로비까지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포착해서 전달하고, 지휘자와 연주자 인터뷰, 다큐멘터리와 음악영화 등 부가정보도 풍성하게 제공한다. 디지털 콘서트홀 입장권은 1년에 149유로, 30일권 29유로, 건당 48시간 티켓은 9.9유로다. 베를린필 내한공연 티켓이 수십 만원인 데 비하면 훨씬 싸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는 인터넷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시카고 심포니 라디오에 접속하면 전곡 연주 실황을 해설과 함께 들을 수 있다. 필하모니아, 런던필 등 런던의 메이저 오케스트라도 팟캐스트로 디지털 관객을 만나고 있다. 모두 무료이고, 지금 여기서도 들을 수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은 아이패드에서 VOD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공연예술 인터넷방송은 아직 활발하지 않다. 네이버 뮤직이 지난해 9월 시작한 실황 무료 서비스 '라이브 온 에어'는 22일 오후 8시 이자람의 판소리 공연을 내보낸다. 인디밴드와 아이돌 공연을 내보내던 데서 국악으로 대상을 넓혔다. 클래식 콘서트로는 지난해 12월 생중계한 용재 오닐과 임동혁의 공연이 유일한데, 실시간 시청자가 3만명을 기록했다. 콘서트홀 입장객이 많아야 1000명 남짓인 데 비해 엄청나게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 셈이다.
연극과 뮤지컬을 라디오 방송극처럼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도 있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이 2011년 11월 시작한 '희곡을 들려줘', 뮤지컬을 좋아하는 작가, 작곡가, 배우 등이 모여 지난해 3월 시작한 스튜디오 뮤지컬 '자리주삼'이 그것이다. '희곡을 들려줘'는 낭독극을 하면서 연극과 공연 이야기도 나누는 솔직하고 유쾌한 방송이다. 가장 최근에 올려 놓은 34회 방송'전명출 평전'을 비롯해 박근형의 '청춘예찬', 윤영선의 '여행' 등 창작희곡 우수작을 소개해 왔다. '자리주삼'의 뮤지컬 노래와 음악은 음원을 제공받아 내보낸다. '김종욱 찾기''사랑은 비를 타고' 등 창작 뮤지컬을 내보냈고 가장 최근 방송으로 '심야식당'이 올라와 있다. 오미환
◆ 웹과 모바일로 즐기는 공연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 www.digitalconcerthall.com
메디치TV www.medici.tv (클래식 콘서트, 오페라, 발레)
아르테 라이브 liveweb.arte.tv (팝, 클래식, 연극, 음악, 무용)
시카고심포니 라디오 soundcloud.com/chicagosymphony
네이버뮤직 온에어 music.naver.com/onair
희곡을 들려줘(연극 팟캐스트)
스튜디오 뮤지컬 자리주삼 www.studiomusical.org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