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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전략으로 세계 제패… 히든 챔피언서 빅 챔피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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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전략으로 세계 제패… 히든 챔피언서 빅 챔피언으로

입력
2013.02.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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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만 만드는 델로… 나사못만 만드는 뷔르트산업용 로봇 대명사 귀델…"자신있는 분야에 집중"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대기업보다 높은 연봉… R&D·교육 등 대폭 투자직원 이직률도 1% 미만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산업의 생태계가 살아나려면 각 단계별 정부의 정교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기업의 사이즈가 크든 작든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다시 말해 고유의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독일과 스위스의 수많은 강소기업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독일 뮌헨 인근 빈다크(windach)에 위치한 '델로'(DELO)는 산업용 접착제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스마트카드 칩 모듈에 쓰이는 접착제 시장에 집중, 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다. 종업원은 300명에 불과해도 연 매출(2011년 기준)만 4,400만유로(한화 632억여원)에 달하는 우량 기업이다.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다.

깊게 파서 널리 판다

히든 챔피언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에선 '한 우물'을 파되, 영업은 '전 세계'를 무대로 뛴다는 것이다. 유아용 이유식 전문회사인 독일의 '힙'(HiPP)은 창업(1932년) 때부터 줄곧 "자신 있는 고유 부문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고수했다. 하지만 시장은 계속 넓혀 나갔다. 러시아와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에 생산기지와 판매법인을 두고 최고 책임자와 중간 간부도 대부분 현지인을 채용, 결국 이 분야 유럽시장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히든 챔피언을 넘어 빅 챔피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의 '뷔르트'(Wurth)는 나사못 하나로 세계시장을 제패한 케이스. 1945년 작은 나사못 대리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84개국 415개 현지 법인과 6만 6,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매출 100억유로(1조4,400억여원)의 글로벌 기업이 됐다. 나사못 종류 구분을 위해 새긴 번호를 고객들이 식별하기 힘들어하자 색깔로 구분토록 할 만큼 작은 부분에까지 집중한 결과다.

스위스의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인 '귀델'(Gudel)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공장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경쟁사의 로봇보다 2배 이상 작업 속도가 빠르고, 차지하는 공간도 30% 이상 적기 때문이다. 생산 로봇의 절반은 주문 생산하지만, 나머지는 3년 후 필요할 기술을 예측해 만드는 게 강점이다. 연 매출 8,000만~9,000만유로(1,150억여원~1,290억여원)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 세계 자동화 로봇 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는 알짜회사다.

이직률 낮고, R&D 투자율은 높아

히든 챔피언의 또 다른 특징은 낮은 이직률. 맥주의 원료인 홉을 생산,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자랑하는 독일의 '요 바트'(Joh. Barth)는 이직률이 연 1% 미만이다. 1794년 설립돼 창업자의 8대 후손이 경영하는 이 가족기업의 경영철학은 '종업원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 개인별 역량과 목표를 반영한 경력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교육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힙'도 마찬가지. 직원들이 업무뿐 아니라 일상 생활도 잘 하도록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연봉도 대기업의 120% 수준이다. 평균 재직기간 30년, 연 0.5%의 이직률은 자연스런 결과다. 이렇게 근로가 안정되니 직원들의 기술수준도 향상되고 당연히 생산성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델로'는 매출액의 15% 정도를 R&D에 쏟아 붓는데, 독일 대기업(연 평균 3.1%)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엔지니어링과 연구개발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도 전체 직원(300명)의 36%에 달한다. 스위스의 '귀델'도 직원 700여명 중 200명의 엔지니어를 두고, 매년 매출의 5% 이상씩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히든 챔피언'에 대한 국내 전문가로 손꼽히는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원장은 "우리 중소기업들도 철저한 전문화와 세계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정부도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히든 챔피언=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일반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중소기업을 뜻한다. '강소(强小)기업'이라는 말과 유사하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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