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이 최근 내놓은 학교인권조례안을 둘러싸고 찬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강원도 학교 구성원에 관한 조례안(학교인권조례)'은 진보성향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의 5대 공약(친환경 급식, 고교 평준화, 혁신학교, 교원업무 경감, 인권조례) 중 하나다. 찬반 주장이 뚜렷하게 나뉘는 탓에 가장 더디게 진행됐다.
인권조례의 골자는 학교가 학생 동의 없이 사물함 및 소지품 검사를 금지하는 것을 비롯해 ▦두발과 복장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보장 ▦집회의 자유 보장 ▦장애ㆍ다문화ㆍ성소수자의 학습권 보장 등이다. 도 교육청은 이 가운데 일부 학부모단체와 종교단체에서 동성애 문제를 제기하자 '성 소수자' 문구를 수정하기로 했다.
이번 조례안은 인권의 원칙을 지키면서 학교 현장의 생활지도 상황을 고려하는 데 역점을 뒀다는 게 강원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또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와 합의, 학습권 침해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담아내도록 했고 교직원,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보수와 진보진영의 치고 받기가 여전하다. 쟁점은 '학생들의 권리만을 과도하게 보장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그린교육운동본부는 18일 오전 춘천시 중앙로 강원도청 앞 소공원에서 집회를 갖고 "학교 인권조례에는 집회의 자유를 비롯 동성애 등 학생의 책임과 위치를 배제한 무분별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14개 학부모 및 종교단체로 구성된 '강원도 학교인권조례 반대 비상대책 협의회'는 지난 5일 "학생 소지품 검사도 못하게 하는 것은 교사의 도덕적 교육지도권마저 박탈당할 소지가 있다"며 조례안 폐기를 촉구했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강원학교인권조례안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머리·복장 등 용모와 소지품 검사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은 학생, 학부모, 교원 등의 의견을 들어 학교 규칙으로 정한다)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교과부는 또 강원도교육청에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의 대법원 판결 때까지 조례안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보수단체의 철회 요구에 대해 전교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학생들의 기본권을 학칙이나 시행령으로 제한하겠다는 교과부의 주장은 헌법질서 파괴를 옹호하는 범법행위"라며"강원도교육청은 초헌법적으로 교육자치를 해치는 교과부의 철회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교육청은 내달 학교인권조례를 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심의과정에서 또 한차례의 격론이 예상된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