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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끼 찾는 자유학기제, 입시제 개선 없인 성공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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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끼 찾는 자유학기제, 입시제 개선 없인 성공 난망"

입력
2013.02.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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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하기 보다는 먼저 먼 바다를 꿈꾸게 하라.' 생텍쥐페리의 명언을 인용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꿈과 소질을 스스로 발견해낼 수 있게 해 준다면 '공부해라, 공부해라'고 안 해도 자기가 알아서 인터넷도 뒤지고 도서관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새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자유학기제에 있다. 중학생들이 1개 학기 동안 필기시험을 안 보고 진로 탐색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다. 정책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시기나 방법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면서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5일 자유학기제의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교육정책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육전문가들은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입시 체제 개선이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1년 2학기, 직업체험보단 인성에 초점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실장은 이날 포럼에서"1학년 2학기 때 직업체험보다는 인성에 초점을 둔 진로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교육전문가와 교사, 학부모단체 대표 등 포커스 그룹 2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이들의 70.8%는 '활동중심 수업과 진로체험 등을 통해 인성, 사회성, 사고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함양하는 넓은 의미의 진로교육이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직업체험 중심의 진로직업교육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8.3%에 불과했다.

자유학기제 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광의의 진로교육을 할 경우 가장 많은 응답자(31.8%)가 '1학년 2학기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학년 1학기(27.3%), 2학년 2학기(18.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진로직업교육을 할 때는 2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가 좋다는 응답이 29.4%씩으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또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 협력 강화 ▦프로그램 매뉴얼 개발 및 보급 ▦국영수 교과 수업시수 감축 및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수업시수 확대 ▦일반교사의 연수ㆍ활동중심 수업 기획 및 교수학습법, 평가 능력 강화 등을 꼽았다.

최 실장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수업과 평가를 바꾸더라도 이어진 학기에 다시 본래의 주입식 수업이 이뤄진다면 그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평가제도에 대한 혁신을 통해 중학교 전 과정 동안 토론ㆍ실습ㆍ탐구 활동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질적 대안은 고교ㆍ대학 입시 개선

최 실장의 발표에 이은 지정토론에서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기획국장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해 실패한 자유학습의 날과 책가방 없는 날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 정부에서 안착시켜야 한다는 정책의 성급함은 반드시 유의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자유학기제의 성공을 위해 고입과 대입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 국장은 "의사가 되려는 아이도, 건축가를 꿈꾸는 아이도 모두 서울대 입학을 위해 공부하는 현실에서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정한 자기 진로를 찾을 수 있겠느냐"며 "초중등 교육이 대입에 예속돼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과정은 응급조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 소장도 "현재와 같은 고교 서열화 체제에서는 오히려 자유학기제 동안에 선행 학습 사교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 중 공교육정상화촉진법과 연계해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수요 증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리ㆍ감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특목고와 자사고 등에 가기 위한 경쟁이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만큼 기본적으로 고입ㆍ대입 선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부터 11개 학교에서 중1 때 지필평가인 중간고사를 보지 않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중1 진로집중학년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중1 내신이 2015학년도 고입부터 반영될 예정이어서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져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 등 교육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명호 방배중 교장은 "교육 공동체의 합의가 전제돼야 자유학기제의 성공이 가능하다"며 "국가나 교육청 주도로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방식의 접근을 지양하고, 중학교 3년 과정 중 1학기를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에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정은 한국직업상담협회 사무국장은 "진로교육이 주입식이 돼 부모에 의해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거나 전시적 개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다면 결과적으로 실패할 것"이라며 "최대한 아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주도성을 인정하면서 운영하고,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업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윤여복 서울시교육청 진로직업과 장학관은 "인프라 조성이 안돼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지역사회의 작은 일터 2,000개를 발굴하면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는 걱정도 많지만 시행해 본 후 결과를 보면 기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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