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세(sin tax)'라는 용어가 있다. 재정학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로 '악행세'라고도 한다. 술 담배 도박 경마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되는 일종의 간접세다. 국내 담배에도 일종의 죄악세로 담배소비세를 비롯해 무려 6종류의 무거운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된다. 생산원가가 불과 640원 정도인 한 갑의 소비자가격이 2,500원에 이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죄악세라고 해서 소비행위 자체를 범죄(crime)로 본다는 건 아니다. 쾌락을 주지만 건강에 해롭고 남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절제하라는 의미가 함축됐다. 금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한 나라일수록 죄악세가 무겁고 담뱃값도 비싸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산하 담배규제위원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뱃값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갑당 2,500원으로 가장 쌌다. 반면 아일랜드 1만4,975원을 비롯해 서유럽 대부분 나라의 담뱃값이 8,000원~1만원이었다.
■ 죄악세 강화를 통한 담뱃값 인상은 정부로선 '악행'을 억제한다는 명분 외에, 막대한 세수확대 효과까지 거두는 일거양득의 묘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부터 담뱃값을 갑당 1,000원 인상할 경우 2011년 47.3%로 OECD 최고 수준이었던 국내 성인남성 흡연률은 2020년까지 38.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7,000원까지 지속적으로 올리면 흡연률을 20%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세수 효과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연간 900억 개비 이상 팔리는 국내 담뱃값을 갑당 1,000원만 인상해도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복지재원 조달 대책의 하나로 담뱃값 인상론이 불거지자, 애연가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담뱃값을 올릴 때가 됐다"며 불을 지폈다. 박 장관은 "세수 확대보다는 건강 보호 차원"이라며 애써 명분을 강조했지만, 흡연자로선 어쩐지 벌금을 더 세게 맞는 듯한 억울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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