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하고 싶은데요." 57세 남성 K씨는 남성갱년기 증상으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아 오던 분이다. 그 동안 효과가 있다고 좋아했는데, 이번에 부인과 함께 내원하더니 갑자기 남성호르몬 치료를 그만 두겠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 그거 나쁜 거 아닌가요? 요즘 뉴스 보니까 좀 민망해서요." 옆에 있던 부인도 한마디 거든다.
2010년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이 한 성범죄자에게 첫 약물치료 판결을 내렸다. 이 약물치료라는 것이 결국 화학적 거세로 테스토스테론의 억제가 핵심이다. 화학적 거세를 성범죄자들에 대해 추가적인 징벌로 바라보는 여론을 접하면서, 테스토스테론의 실상이 왜곡된 것 같아 남성갱년기를 다루는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테스토스테론이란 스테로이드 계열의 유기화합물로,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며 남성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성 활동과 정자 생성에 관여하는 성호르몬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뼈 근육 등 신체의 전반적인 건강, 욕망, 의식과 정신 상태를 조절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는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으로 구성되는 축에 의해 조절된다. 우선 시상하부에서 황체형성호르몬분비호르몬(LHRH)을 분비하여 뇌하수체로 하여금 황체형성호르몬(LH)을 합성하여 분비하게 한다. 이 LH의 영향에 의해 고환의 라이디히세포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게 되는데, 화학적 거세는 시상하부나 뇌하수체의 활동을 차단하여 고환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남성갱년기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폐경기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는 여성호르몬과는 달리, 남성에서의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노화에 따른 고환 기능의 저하로 인하여 40대 이후 점진적으로 시작된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의 영향으로 30대에서부터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기도 한다. 남성갱년기의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성욕저하나 발기부전 등 성기능장애가 대표적이다. 또한 여성갱년기와 마찬가지로 안면홍조,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과 함께 만성피로나 집중력 저하 등의 정신적 증상과 근육량 저하, 체지방 증가, 빈혈, 골다공증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테스토스테론은 과연 위험한 물질인가? 의외로 테스토스테론의 중요성보다는 잘못 알려진 부정적인 측면들이 많다. 범죄자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이 높다거나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폭력적인 이유가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고 알려진 것이 그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이 폭력성이나 범죄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의학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더라도 어떠한 종류의 폭력적인 행동이나 기괴한 욕망이 보고된 바 없다. 오히려 남성갱년기에서 테스토스테론 치료는 기분을 향상시키고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남성갱년기에서도 실제로는 성과 관련이 없는 다른 증상들. 특히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는다. 즐거움의 정도가 줄고 웃음이나 재미를 잃어버리며, 기분이 저하되거나 우울하고 항상 짜증이 나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화를 잘 내게 되는, 나쁜 남편, 나쁜 아빠, 나쁜 상사가 되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이 정신에 미치는 효과들은 이렇게 실제적이므로 성적인 면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K씨와 부인의 걱정 역시 테스토스테론의 보충으로 성욕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지고 혹시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성을 광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통해서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성생활의 향상과 함께 활기차고 만족스러운 삶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이 주된 작용을 하지만 성은 욕구, 발기, 사정 등으로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이다. 그래서 성범죄의 재발 예방에는 정신심리적인 치료와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철저한 사회적 체계의 정립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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