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핵심부서. 박 당선인이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등을 포괄하는 공룡부처로 만든 것도 그 때문이고, 그런 만큼 조직의 수장 인선에 삼고초려를 마다 않지 않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정부부처 장관 후보자로서는 파격적인, 재미벤처업계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발탁됐다.
17일 내정된 김종훈(53)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은 벤처업계의 신화 같은 존재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2학년(1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교포 1.5세대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힘들게 고교를 졸업한 뒤 존스홉킨스대에 진학해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석사를 마쳤고, 메릴랜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사이 그는 미 해군장교로 미 군사기밀의 결정체인 핵잠수함에서 7년간 복무했다.
김 후보자가 유명해진 것은 1992년 미국서 통신장비 벤처업체인 유리시스템즈를 설립한 것이 계기였다. 그는 여기서 빠르게 통신장비들을 연결해 주는 초고속교환기(ATM)를 개발해 성공가도를 달렸고, 이에 힘입어 회사를 1998년 미국 통신장비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에 10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덕분에 그는 38세 나이에 약 7,300억원의 엄청난 거금을 거머쥐며 미국 400대 부자가 됐다.
이후 루슨트에서 일하다가 2001년 메릴랜드대 교수가 됐고, 2005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정보기술(IT) 연구의 산실인 벨연구소 사장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전화기를 발명한 그래험 벨의 이름을 딴 벨연구소는 1925년 설립돼 미국 최대 통신기업 AT&T 산하에 있다가 루슨트가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카텔과 합병한 알카텔루슨트에 인수됐다.
3만건이 넘는 IT분야 특허를 보유한 벨연구소는 7개의 노벨 물리학상을 비롯해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IT와 기초 과학에 걸쳐 두루 명성을 얻고 있는 세계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이다. 때문에 IT업계에서는 벨연구소 사장을 거친 김 후보자가 IT와 기초 과학을 고루 성장시켜야 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란 평가다.
김 후보자는 과거 방한했을 때 한국 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기술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우선 생각하라"며 "AT&T가 1975년 영상전화를 만들었지만 실패한 것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2007년부터 박 당선인과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였던 박 당선인을 처음 만난 뒤 서울과 미국 등에서 꾸준히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17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께서 국내 ICT 육성에 대한 비전을 가슴에만 담아두지 말고 직접 정책으로 펼쳐보라며 장관직 수락을 요청했다"며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 강한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부인 신디 김씨와 두 딸을 두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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