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희수(77세)를 맞은 할머니가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주인공은 22일 청주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김선옥씨.
그는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인 가람 이병기 선생과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조를 비교한‘가람과 노산 시조의 비교연구’로 학위를 받는다.
김씨의 직업은 약사다. 대학졸업 후 1999년까지 30여년간 청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충북도 여약사회 회장과 충북도 약사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가 시조의 매력에 빠진 것은 고등학교때부터. 하지만 당시 사정은 그가 문학의길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강한 권유에 못이겨 시조와는 거리가 먼 약학과에 진학했다. 숙명여대 약학과를 2년 다니다 졸업은 충북대 약학과에서 했다.
그러나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시조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다. 오히려 시조를 향한 사랑이 점점 커졌다.
틈틈이 시작활동을 하던 김씨는 마침내 1995년‘어머니’란 작품을 통해 시조 시인상을 받으며 시조 시인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한국시조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조 시인이 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허전함이 남아 있었다. 시조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더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뿌리깊은 역사를 가진 우리 시조가 시에 밀린 거 같아 안타까움을 갖고 있던 그는 일흔을 훌쩍 넘긴 2010년 청주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연구에 매진한 끝에 3년만에 꿈에 그리던 학위를 취득했다.
정종진 지도교수는“김씨가 ‘시조를 통해 조선인의 혼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가람과 노산의 정신을 논리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 썼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컴퓨터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힘들었을 뿐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젊은이들이 좌절하지 말고‘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후학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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