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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 '기적의 칩샷' 갤러리들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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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 '기적의 칩샷' 갤러리들 얼어붙었다

입력
2013.02.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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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기적이 두 번 일어났다. 오늘 버디와 전날 벙커샷 이글이다."

가장 까다롭다는 14번홀(파4). 페어웨이를 잘 골랐지만 세컨드 샷이 그린 왼쪽으로 밀려 러프에 빠지고 말았다. 게다가 홀컵과 그린 에지 사이의 공간도 좁았다. 앞은 광고판이 가리고 있었다. 핀이 잘 보이지 않았다.

보기를 범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작은 거인'신지애(25ㆍ미래에셋)는 기적의 샷으로 수많은 갤러리들을 얼어 붙게 만들었다. 높게 솟아 오른 볼은 그린을 한번 튕기더니 거짓말처럼 홀컵에 빨려 들어갔다. 시즌 첫 챔피언을 예감하는 그림 같은 칩샷으로 전화위복을 만들었다.

전날 6번홀(파5)에서도 세컨드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지만 신지애는 자신의 키 높이나 되는 깊은 벙커에서 절묘한 샷을 날려 그대로 홀로 연결해 환상적인 이글을 수확했다. 그의 말처럼 두 번의 기적은 태극낭자의'호주 징크스'를 깨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 우승 원동력이 됐다.

신지애가 17일 호주 캔버라 골프장(파73·6,679야드)에서 열린 LPGA개막전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마지막 날 극적인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최종 합계 18언파 274타를 기록한 신지애는 하루 동안 7언더파를 쏟아 부은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ㆍ16언더파 276타)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챔피언 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 '천재 소녀'리디아 고(16ㆍ한국명 김보경)는 3타를 잃어 3위로 내려 앉았다. 신지애는 지난해 LPGA 투어로 편입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올라 상금 18만 달러(1억9,400만원)를 받았다.

2010년 11월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한 신지애는 그 해 말 시력 교정에 이어 지난해에는 시즌 중 손바닥 수술을 받는 등 부상에 시달리며 2년 가까이 슬럼프에 빠졌다.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9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년10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하더니 그 다음 주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4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으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또 다시 올 시즌 시작을 우승으로 열어 젖힌 신지애는 LPGA 투어 통산 11승째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3위와 6타 차 공동 선두였던 리디아 고와 경쟁을 벌이던 신지애가 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청야니까지 가세했다. 6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는 등 최고의 경기 감각을 뽐낸 청야니에게도 1타 차까지 쫓기며 위기를 맞은 것. 하지만 14번홀(파4) 그린 밖에서 날린 칩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버디를 잡아 분위기를 바꿨다. 기세가 오른 신지애는 15번홀(파5)에서도 버디 퍼트를 낚아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6개월 전 리디아 고에게 당한 패배도 깨끗하게 설욕했다. 지난해 8월 캐다나여자오픈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벌였는데 당시 리디아 고가 신지애를 5타 차로 따돌리고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신지애는 "후원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코스도 훌륭했고, 날씨도 좋아 즐겁게 경기에 임했다. 그 동안 이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는데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호주와의 악연도 끊었다. 한국은 호주에서 열린 유러피언 여자프로투어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2007년 신지애, 2008년 신현주, 2009년 유소연, 2010년 이보미, 2012년 김하늘, 유소연이 모두 2위에 그쳤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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