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차 핵실험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신형 장거리 미사일 'KN-08'의 엔진 성능 개량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핵실험 하루 전인 지난 11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로켓발사장)에서 KN-08의 엔진 성능 개량 시험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엔진 연소 시험을 실시한 정황을 미국 위성이 포착했다. 한 소식통은 "미사일 외관이나 미사일 꽁무니 불꽃 길이 등으로 미뤄볼 때 KN-08을 본격 실전 배치하기 전 사거리를 ICBM급인 5,000㎞ 이상으로 확실히 늘리려는 목적의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1차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 이후 이틀 만인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을 기념해 연 군사 퍼레이드에서 6기가 처음 공개된 지름 2m, 길이 18m 규모의 KN-08은 사거리가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사거리 3,200~3,500㎞)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시험 발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공개 당시엔 미사일 모형이란 설도 있었으나, 현재 미 정보당국은 실물로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KN-08은 한미 군 당국이 주목하는 무기다. 핵탄두 탑재를 기본 사양으로 6,000㎞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설계가 됐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직선 거리로 동창리 발사장에서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까지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이번 엔진 시험을 대미 압박용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군 관계자는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노출되는 시간을 골라 KN-08의 엔진 시험을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3차 핵실험 성공을 확신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하와이ㆍ알래스카 등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실전 배치도 조만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당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수위가 높을 경우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함께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를 이용해 KN-08 시험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TEL을 활용하면 첩보위성이나 레이더로 탐지가 어려운 사각지대에 숨어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8일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북한이 아직 KN-08을 실전 배치한 것은 아니지만 이 미사일을 탑재한 TEL을 북한 전역의 은닉할 만한 장소로 분산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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