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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아르디나 엘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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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아르디나 엘샤를 위하여

입력
2013.02.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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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샤 라구아르디나. 한때 나에게 한국어를 배웠던 그녀가 한국국적을 취득했다고 했다. 나는 반가워하며 물었다. "그래요? 이름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딴에는 관심의 표명이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은 원래 이름에 해당하는 한자의 한국식 발음을 새 이름으로 삼는다. 그 외 다른 나라를 고향으로 둔 여성들은 대체로 이름을 따로 짓는다. 이러나저러나 세 글자 이름. 물론 결혼이주여성만 그런 건 아니다. 축구선수 발레리 사리체프는 '신의손'으로 개명했다.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는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나는 엘샤도 당연히 그렇게 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 새침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름요? 라구아르디나 엘샤요." 그러니까, 성과 이름의 순서만 바꿔 주민등록부에 올렸다는 얘기다. "구청에 가도 병원에 가도 다들 귀찮지 않냐 그래요. 애들이 엄마 이름 때문에 놀림 받을지 모른다며 남편도 바꾸라 하고. 하지만 귀찮냐고 물으며 귀찮게만 안 하면 나는 안 귀찮아요. 뭐 꼭 김씨, 이씨, 이래야 하나요?"

맞다. 김씨 이씨만 있나. 남궁씨도 있고 독고씨도 있다. 라구아르디나 씨가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 당연한 진실을 일깨워준 엘샤가 문득 달리 보인다. 차분하고 조용한 줄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자신의 이질성을 당당히 '빛'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었구나. 이 멋진 사람을 통해 오늘 나의 시야는 1㎝쯤 넓어진 것 같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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