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첫 내각의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들쭉날쭉한 인사 검증 잣대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까지 안 되느냐 하는 나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00년 인사청문회법 도입 이후 인사 검증 통과 기준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적용된 경우가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어떤 후보자는 낙마했는데, 어떤 후보자는 관문을 무사 통과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이 같은 사례는 많다. 일례로 지금 논란을 빚고 있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고액 연봉 문제나 위장전입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 후보자가 2004년 7~9월과 2006년 10월~2008년 6월 등 총 2년 간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6억7,000여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전관예우 차원의 과다한 보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 후보자 측은 "30년 이상의 경력 등을 감안하면 과다한 수준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직 청문회 전이긴 하지만 야당이 이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2011년 1월 당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고액의 로펌 급여 문제 등으로 낙마했다. 정 후보자는 2007년 11월 대검 차장으로 퇴임한 뒤 2008년 6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기까지 7개월 동안 로펌에 근무하면서 7억여원의 급여를 받았다. 야당은 "한달 급여가 1억원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제 삼았다.
위장전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 후보자는 1988년 부산지검 부장검사 시절 주택 청약 1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하고, "부동산 투기 목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과거 청문회에선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2008년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이 부동산 투기 및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이뿐 아니라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표절 등도 어떤 경우엔 그냥 넘어가고 어떤 경우엔 크게 문제 삼는 고무줄 잣대가 적용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자녀 교육 문제를 위한 위장전입은 과거 특정 시기까지는 양해하되, 부동산 투기 목적은 허용하지 않는 식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합리적 잣대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돼야 형평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관계자도 "참여정부는 고위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음주운전 전력의 경우 2회 이상을 문제 삼았다"면서 "공식 발표하지는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관례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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