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의 가장 아픈 역사로 꼽히는 1972년 ‘피의 일요일’ 사망자들에게 1인당 5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제안했다. 우리 돈으로 8,364만원 정도인데, 40여년의 한을 품어온 유족들은 “모욕적”이라며 “총격을 가한 사람 처벌이 우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당시 사망자 14명의 유족과 심각한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5만 파운드씩, 총 130만 파운드를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피의 일요일’ 사건 당일 영국의 북아일랜드 지배에 반대하는 구교도(가톨릭)의 평화적 시위대를 향해 영국 공수부대가 총격을 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수개월간 보상금 협상을 벌여왔다. 보상금 액수는 제안을 받은 피해자 쪽 변호사측을 통해 흘러나왔다. 영국 국방부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액수에 대한 추측은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5만 파운드라는 액수에 대해 네티즌은 “사람 목숨 값이 얼마인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당시 19살이었던 남동생 윌리엄을 잃은 케이트 내시는 “돈을 받는다고 내 남동생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총격을 가했던 영국군을 처벌하라”고 말했다. 내시의 아버지는 아들이 총을 맞는 장면을 목격하고, 아들을 구하러 갔다가 자신도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아버지는 1999년 사망했다. 내시는 “아버지는 신체적 부상은 회복했지만, 아들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정신적 부상은 극복하지 못했다”며 “영국 정부가 심각하게 부상을 입은 사람에게 보상한다는데, ‘심각한 부상’의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피의 일요일’ 사건은 영국에서 이주해온 신교도(개신교)들이 지배하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구교도들이 신교도와 동등한 민권향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면서 발생했다. 영국군의 발포로 13명이 당일 사망하고, 이후 후유증으로 1명이 더 사망했다. 희생자들 중 절반 가량은 10대 청소년이었다. 이 사태를 계기로 독립을 요구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무장투쟁에 나서 30년간 3,000여명이 사망하는 피의 역사가 이어졌다.
2010년 영국 정부는 당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 영국군이 평화적으로 행진하는 비무장 시민들에게 경고없이 발포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2011년 희생자 유족에게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북아일랜드 신교도측 인사인 영국 하원의 그레고리 캠벨 의원은 이번 보상계획에 대해 “IRA에 의한 희생자들은 무시한, 완전히 일방적인 보상계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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