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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마녀사냥' 횡행… 파푸아뉴기니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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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마녀사냥' 횡행… 파푸아뉴기니의 비극

입력
2013.0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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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의 마을에서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대낮 길 한복판에서 젊은 여성이 벌거벗겨진 채 화형에 처해진 것. 두 아이의 엄마인 케파리 레니아타(20)는 며칠 전 병원에서 숨진 6세 남아에게 마술을 걸어 죽게 했다는 이유로 아이의 친척들에게 납치돼 억지 자백을 강요 받았다. 친척들은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레니아타를 고문한 뒤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그에게 휘발유를 뿌려 산 채로 불태웠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그대로 재현된 이 장면에서 달라진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장작더미 대신 땔감으로 쓰인 폐타이어와 구경꾼들이 연방 눌러대는 카메라뿐이었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중세의 마녀사냥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마녀가 마술을 부려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주술사는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 받는다. 주술사들에게 잡귀나 악령을 쫓아달라고 부탁하는 데 드는 돈은 약 50만원. 돼지 한 마리나 쌀 한 가마니로 대신 지불할 수도 있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대중을 현혹한다는 이유로 1971년 마법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와 무고한 사람을 마술사나 마녀로 지목해 폭행하거나 죽이는 일이 빈번해졌다. 마을에서 누군가 갑작스레 아프거나 죽게 되면 어김없이 마녀색출 작업이 벌어지는데, 이때 '캥거루 법원'이라고 불리는 마을 원로들의 모임이 마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어떤 근거로 마녀를 가려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09년 캥거루 법원이 마술을 부렸다고 판결한 남성은 얼마 후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됐다.

이번 사건도 레니아타가 마녀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망한 남아의 친척들은 아이가 죽자 그 즈음 두 명의 여성이 정글에서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추적에 나섰다. 다른 여성은 다행히 경찰의 도움을 얻어 마을을 빠져 나갔지만 레니아타는 집을 급습한 이들에게 붙잡혀 꼼짝없이 마녀로 몰렸다.

정부는 마녀사냥을 뿌리뽑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민들의 암묵적 합의로 진행되는 일이라 막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레니아타의 화형식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경찰차와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성난 군중이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 바람에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언제 자신이 마녀로 몰릴지 모르는 주민들이 오히려 마녀사냥 풍습을 지탱하는 셈이다. 피트 오닐 총리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노약자들을 마녀로 몰아 죽이는 부끄러운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모든 수단을 다해 이런 범죄를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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