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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고 싶고 남기고 싶다" 40, 50대 중년남성 책 출판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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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고 싶고 남기고 싶다" 40, 50대 중년남성 책 출판 붐

입력
2013.02.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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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에서 근무하는 김원영(40) 차장은 온라인에선 '김몽' '주식부자'란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집필한 책은 공상과학(SF)로맨스 소설, 음모이론을 다룬 수필, 주식관련 서적 등 10여권이 넘는다. 작년에만 6권을 쏟아냈다. 전업 작가들도 쏟아내기 힘든 '다작'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그가 이렇게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자가출판 시스템 덕분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무료로 전자책(e북)을 직접 출판하는 자가출판시스템을 이용해 책을 낼 수 있었다. 김 차장은 "자가출판을 통해 원하는 대로 발표할 수 있고 직접 독자들과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가출판이란 말 그대로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편집, 인쇄, 출판물등록, 유통까지 책임지는 것.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퍼플이나 유페이퍼 같은 자가출판시스템을 통해 쉽게 책을 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자가출판 저자의 대부분이 40~50대 남성이란 점. 이들은 취급 분야도 다양해 50% 이상은 로맨스, 순정, 판타지 등 장르소설이었지만, 종교·역학, 컴퓨터·인터넷, 경제·경영도 많았다. 전자책 제작 및 유통 전문업체 유페이퍼의 이병훈 대표는 "금융기관, 부동산, 태권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중년 남성들의 자가출판 수요가 늘고 있다"며 "대부분 작가 지망생으로 소설에 주력하는 젊은 층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40~50대 남성이라면 어느 정도 생활기반이 갖춰진 연령층. 때문에 돈을 목적으로 책 출간에 빠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 보단 자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지식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 그리고 이를 가급적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풀이된다.

촉매제는 역시 전자책이다. 반드시 출판사가 있어야 하고, 기획 편집 인쇄 등 과정 또한 복잡한 종이책이라면 아마추어들이 출간에 도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전자책과 자가출판시스템이 생기면서 누구든 집필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전자책으로만 출간하면 자가출판은 비용이 들지 않으며, 판매수익은 서비스 업체와 7대3 또는 6대4로 작가가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책값도 저자가 직접 정할 수 있다.

종이책 출간도 선택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주문한 수량만큼 인쇄할 수 있는 주문형출판(POD·Print on Demand)이 대중화하면서 이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종이책 출간도 가능해졌다.

여행수필책을 전자책으로 출간한 김기영씨도 이런 경우다.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그는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과 느낀 점, 여행지 정보를 담은 와 두 권을 지난해 전자책으로 냈다. 김씨는 "여행서적은 종이책으로 출간하려면 사진이 많아 작업하기도 어렵고 책 가격 자체도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전자책 덕분에 보다 쉽게 출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사회심리치료센터 이종호 원장은 전자책 출판을 본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경우. 비용이나 거리, 시간문제로 센터를 찾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 자가심리치료책 출간을 결심했다. 이 원장은 "심리치료책의 경우 상업성이 낮아 출판사를 통한 출간이 어려웠는데 자가출판시스템을 보고 그간 집필해놨던 것을 활용해 5권을 출간했다"며 "책 출간 이후 센터를 찾아오거나 이메일 또는 전화로 직접 상담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교보문고 김상훈 이비즈니스 본부장은 "중년남성들이 자가출판을 통해 작가의 꿈도 이루고 수익으로 연결시키면서, 투잡을 하거나 아예 전업으로 전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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