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신임 수장인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던 정 회장은 14일 서울 강남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전ㆍ현직 축구대표팀 감독을 초청해 한국 축구 발전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최연장자인 박종환(75) 감독부터 '막내' 최강희(54) 감독까지 8명의 전ㆍ현직 사령탑이 모였다. 이처럼 많은 대표팀 감독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김호(69) 감독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차범근(60) 감독이 교통 체증 탓에 지각하면서 예정보다 조금 늦은 낮 12시20분에 오찬이 시작됐다. 이회택(67) 감독이 먼저 조광래 감독의 잔여 연봉 미지급 문제를 거론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졌다. 그는 "벌써 해결됐어야 하는 일인데 받을 돈은 물론이고 위에 더 얻어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1년 12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조 감독은 7개월 분의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해 대한축구협회와 1년 가까이 대립해왔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잔여 연봉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던 조 감독은 "신임 회장이 잘 정리해줄 거라 본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선후배 서열 탓에 박종환 감독과 김호 감독이 주로 대화를 주도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 최강희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덕담이 오갔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지휘했던 김정남 감독은 "월드컵을 다 겪어봤으니 최 감독에게 여러 가지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기술위원회의 역할론 등 민감한 문제까지 서슴없이 나왔다. 조 감독을 비롯한 몇몇은 "어려울 때 조언해줄 수 있는 기술위원회 고문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기술위원회의 역할이 커지면 '간섭'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결국 감독이 모든 짐을 지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거론됐다.
이밖에 경기장 확충과 심판 관리, 아마추어 경기장 확보, 병역 문제 등의 폭넓은 이야기가 오갔다. 허정무(58) 감독은 "축구 전반에 걸쳐서 얘기를 나눴는데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막내' 최 감독은 "많이 혼나고 구박을 받을 줄 알았더니 격려하고 힘을 모아줬다."고 반겼다. 차 감독도 "축구계 생각이 합쳐지는 게 어려웠고 대화가 싶지 않았는데 앞으로 잘 풀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축구 발전을 논하는 뜻 깊은 자리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정 회장은 "1년에 1, 2번 만남을 제안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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