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재용(30)씨는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해 해외결식 아동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민간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를 통해 결연을 맺고, 매달 3만원씩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기쁜 날 여자 친구와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어 선물 대신 기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단체가 후원자에게 주는 나눔증서를 "4년 사귄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광고회사로 첫 출근한 김예슬(24)씨는 입사 바로 다음 날 굿네이버스를 통해 키르기스스탄에 사는 한 아이를 후원하기로 했다. 김씨는 매달 해외결연아동 후원금 3만원과 개도국 학교 건설 지원금 1만원 등 총 4만원을 기부한다. 그는 "사회인의 첫 발을 기념하려고 시작한 소박한 기부가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발렌타인데이, 생일 등 특별한 날, 기부를 택하는 '기념 기부'가 새로운 기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란 기념 기부 프로그램을 둔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장례식 조의금을 좋은 곳에 써달라며 기부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유니세프위원회 김주연씨는 "처음엔 돌잔치, 생일 위주에서 지금은 회사 합격 기념, 20대의 마지막 날 기념 등 기념 기부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기념 기부 건수는 증가추세다. 2006년 이 프로그램을 처음 운영한 한국유니세프위원회의 경우, 2009년까지 매년 기념 기부 횟수는 100건 미만에 그쳤으나 ▦2010년 304건(1억3,000만원) ▦2011년 951건(3억원) ▦2012년 1,650건(4억2,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기념 기부가 늘어나자 구호단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돌잔치를 기념하는 '난생 처음', 결혼 축의금의 1~5%를 기부하는 '둘이 하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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