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무 상환능력이 취약한 개인에 대한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8월 제도가 실행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적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채무 부담이 줄어든 대출자는 100명 가운데 1명도 안 된다. 어떻게 된 일일까?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에서 시행한 프리워크아웃 규모는 10조3,83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가계대출의 2.2%에 해당하며 건수로는 15만5,000건이다.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실적이 9조4,366억원(8만5,000건)이었으며, 가계신용대출 프리워크아웃 실적이 9,464억원(7만건)이었다.
은행 별로는 국민은행의 실적이 2조9,37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이 1조9,92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하나은행(8,479억원), 우리은행(5,939억원), 외환은행(4,929억원), 스탠다트차타드은행(4,225억원), 씨티은행(2,112억원) 순이었다. 특수은행은 농협과 기업은행이 각각 1조1,886억원과 1조958억원이었으며, 지방은행은 5,61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15만5,000명이 10조원이 넘는 혜택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빚을 갚아야 하는 기간만 연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실적 9조4,366억원 가운데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이자감면과 이자 면제 기간이 주어지는 이자유예는 각각 108억원과 162억원, 비중으로 따지면 각각 0.1%와 0.2%에 지나지 않는다. 수혜자도 1,000명 가운데 3명에 불과하다. 이자감면이나 유예를 해준 은행도 신한(209억원), 씨티(41억원), 농협(17억원), SC(3억원) 4군데밖에 없다. 더구나 가계신용대출 프리워크아웃 실적 가운데 이자 감면이나 유예는 전무하다.
대신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비중 가운데 거치기간 연장이 46.2%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담보가치비율(LTV) 초과대출 만기연장 30.4%, 상환방식변경 18.1%, 분할상환기간 연장 4.9% 순이었다. 모두 빚이 줄어드는 게 아닌 빚 갚는 기간만 늘어난 것이다. 은행들이 손해는 조금도 보지 않은 채 생색만 내는 방식을 선호한 결과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자감면이나 유예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어 은행들이 소극적인 점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도 취지에 맞지 않게 너무 비중이 낮다"며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비중을 늘려가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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