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될 청와대 참모진 진용이 정부 출범을 10일 앞두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례 없는 일이다.
5년 전 이명박정부 때는 2월 1일에 비서실장이 발표됐고 정부 출범을 15일 앞둔 2월 10일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진용이 공개됐다. 언론에 공개만 되지 않았을 뿐 그 시점을 즈음해 비서관은 물론 행정관들까지도 내정됐다.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했던 한 공무원은 "이맘때 임용 서류를 준비해 두고 청와대에 들어갈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의 경우에도 1월 말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내정됐고 2월 들어 청와대 참모진 구성이 거의 다 마무리됐다.
정부 부처와 달리 청와대는 기존 진용이 썰물처럼 빠지면 새 정부 인사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가 교대가 이뤄진다. 관료들이 버티고 있는 부처와 다르다. 때문에 조각은 조금 늦더라도 국정 운영에 그다지 차질이 없지만 청와대는 출범 전 상당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경우 지금 인선 속도대로라면 청와대의 정상 출범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수석은 고사하고 현재까지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인선하지 못했다.
때문에 인수위 안팎에선 "이미 수석 9명의 인선이 마무리됐고 본인들에게도 통보가 이뤄졌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청와대 인선이 안 됐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며 "다만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청와대에 입성할 비서관은 물론 주요 행정관들까지 명단 작성이 끝났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비서실장 인선이 지연돼 수석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과,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으려고 가급적 청와대 진용 공개를 늦추고 있다는 주장 등이 인수위 안팎에서 뒤섞여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까지는 청와대 참모진 명단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는 최외출 영남대 교수,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권영세 현경대 허태열 전 의원,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한편 당초 14일로 예정됐던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여야 이견 끝에 무산됐다. 인수위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6개항 수정을 요구하는 민주통합당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2차 시한인 18일 본회의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 "민주당이 약속을 지키는 데 매우 소홀했다는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방송에서 "(새누리당이) 오늘내일이라도 우리가 요구하는 현안과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수용한다면 타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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