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불법 반입된 통일신라시대 '동조여래입상'과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 등 국보급 불상 2점의 반환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절도범들에 대한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반환을 미루고 학술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소 2년여 내에는 불상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불상 반출 경위 등의 연구 결과에 따라 반환 여부와 시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1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두 불상을 일본에서 훔쳐 온 국내 절도단에 대한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불상의 감정과 연구, 일본 반출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 뒤, 이후 외교부와 반환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우선 15일 불상의 일본 반출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학계 의견을 청취하는 비공개 자문회의를 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불상 반환과 관련해서는 찬반 여부를 떠나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국제적인 사례도 취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절도범들이 모두 체포되지 않은 상황이라 재판이 언제쯤 열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일이 더 많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1월 두 불상을 회수한 문화재청은 감정을 거쳐 주한일본대사관이 요청한 내용과 일치한다면 관련법에 따라 반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서산 주민들과 학계, 불교계, 시민단체 등이 반환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1988년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존재를 국내 학계에 처음 알린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한국불교미술사연구소장)는 "고려 말인 1350~1400년경 왜구가 서산 일대는 물론 남원 등 내륙까지 약탈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서산 부석사에 모셔져 있던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이 때 약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1330년(고려 충숙왕 17년) 2월에 쓰여져 불상에 복장(腹臟)된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주성결연문(鑄成結緣文)'을 보면 서산 부석사 법당 당주(堂主)로 봉안하기 위해 32명의 대중이 원력을 모아 제조했다"며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에 봉안하려고 부석사에서 만들어졌다면 무슨 이유로 이안(移安)한다는 내용이 결연문에 쓰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길 부산외대 명예교수(한일문화연구소장)도 "동조여래입상은 쓰시마 미내마치교육위원회가 발간한 에 '진구 황후가 신라를 전벌(戰伐)할 때 가지고 온 것'이라고 기록했다"며"두 불상은 일본이 약탈해 간 문화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들 불상의 일본 유출 경로가 밝혀질 때까지 되돌려줘서는 안 된다"며 "조사기간 중에는 중재를 거쳐 제3국에 유물을 맡겨두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승은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국내 절도범들이 일본에서 훔쳐온 것이 확실한 만큼 일단 국제법에 따라 일본으로 돌려준 다음 불상들을 되돌려 받기 위한 환수운동을 벌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통일신라(8세기) 때 제작된 동조여래입상은 1974년 일본정부가 중요문화재로 지정했고, 당시 감정액이 1억엔(약 11억원)에 이른다. 1330년 서산지역에서 제작됐다는 명문이 있는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일본 나가사키현이 지정한 유형문화재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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