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넉 달째 동결했다. 미약하나마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장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여전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악재가 터질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요즘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없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내외 경기에 조금씩 회복기미가 감지되는 상황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이며 최근 위협요인으로 떠오른 엔저 현상에 대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의 논의가 임박했다는 점이 선제적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었다.
금통위 인식 또한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정책 때문에 금통위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건 아니지만 거시정책에 있어 협의와 협조가 중요하다”며 “요즘은 금리정책의 국제간 공조 또한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G20 회의 전망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우리나라는 환율과 금리 간 상관관계가 남들보다 크지 않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고도 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앞으로 통화정책은 해외 위험요인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을 면밀히 살피며 저성장으로 성장잠재력이 떨어지지 않는 수준에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흐름이 기준금리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중국 등의 대형 악재가 산재해 있었으나 최근 들어 이런 위험이 점차 잦아드는 분위기”라며 “저금리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담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하가 반드시 경기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만큼 돌발 악재만 없다면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이 장기적으로 바닥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