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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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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길고양이

입력
2013.02.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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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골목에는 담장이나 처마 밑을 배회하는 고양이들이 제법 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들을 '도둑고양이'라고 불러왔다. 우리는 당연히, 도둑고양이가 인간의 세간을 탐내는 '도둑'과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도둑고양이들은 요령껏 사람들이 방기한 음식을 챙겨먹을 뿐이다. 그러므로 '도둑고양이'는 비하적인 수사가 아니라 애살스러운 별칭에 가깝다. 그런데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둑고양이라는 말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길고양이' 혹은 '길냥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길고양이'는 '도둑고양이'를 의식하고 태어난 말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는 건지는 모르지만 길고양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이들은 그 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도둑고양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들보다 도덕적으로 문화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간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서 쾌감을 느낀다. 그들은 '길고양이'라는 말을 발명해낸 것과 동시에, 여전히 도둑고양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들을, 문화적으로 각성하지 못한 미개하고 무지한 존재들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낙인찍어 버리는 폭력의 서열구조마저 발명해낸 것이다. 동물이든 사회적 약자이든 누군가를 돌보는 것을 자신의 문화적 지위와 연결시키지 않는, 무조건적이고 순정한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절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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