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생태계를 더 건전하고 활기차게 복원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 그간 소원했던 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도 만나는 등 외연을 넓혀 출판계 살리기 대책을 논의하겠다."
박은주(56) 김영사 사장은 14일 한국출판인회의 정기총회에서 제8대 회장에 추대된 뒤 취임 일성으로 "도서정가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출판계 입문 10년만인 1989년 31세로 김영사 사장에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후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가 된 검색하기">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 를 비롯해 등 수백 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다. 창립 30년 만에 매출 400억원이 넘는 대형 출판사로 김영사를 키운 것은 국내 출판계의 '신화'로 통한다.
박 사장이 국내 430여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이 모인 한국출판인회의를 2년간 이끌게 된 것에 출판계가 반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깊어지는 출판 불황에다 도서정가제 논란, 출판진흥원과 출판계의 갈등 등 산적한 현안을 그가 발군의 기획력과 추진력, 리더십과 친화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 인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김영사에 입사, 국내 출판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가 된 그를 출판인회의 회장 취임 직후 만났다.
-김영사를 국내 굴지의 출판사로 키운 리더십 때문에 출판계의 기대가 크다.
"업계 대표로 나서게 됐는데 사실 걱정이 태산 같다. 한번은 출판계를 위해서 봉사하고 가야겠다, 기왕에 할거라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조만간 출판계 과제들을 발표할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출판계는 크고 작은, 서로 개성이 다른 출판사들로 이루어진 꽃밭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필요한 분야를 소수의 출판사가 담아낼 수 없다. 개성 있는 출판사들을 지원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려고 한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도서정가제 강화법안에 반대하면서 출판계의 반발이 거셌다.
"알라딘이 업계와 의논을 거치지 않고 먼저 도서정가제 강화를 거부하고 나선 게 문제였다.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출판계와 협조해서 출판 생태계를 살리는 쪽으로 함께 동참해야 하지 않겠나. 출판사 재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좋은 책을 마음대로 내지 못한다. 유통의 안정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반드시 필요하고 새 집행부와 힘을 합쳐 지켜내려 한다. 양서를 만들고 서점 업계를 살리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출판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시급한 과제는 당장 떠오르는 것만 10가지가 넘는다. 출판의 문제는 도서관과 서점과 언론과 정부, 그리고 출판 유관단체까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출판 생태계를 더 건전하고 활기차게 복원하는 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그간 소원했던 출판문화진흥원과도 만나는 등 외연을 넓혀서 출판계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협의하겠다."
-지난해 을 비록해 김대중 이명박 등 거물 정치인들의 책을 줄줄이 내는 비결은.
"안철수 원장과는 2001년부터 계속 책을 내왔고 지난해 것이 세 번째다. 대선 정국에서 대담집으로 변한 것뿐이다. 아마 다음 책을 낸다고 해도 김영사와 할 것이다. 계약서는 없지만 마음으로 서로 통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인물 시리즈를 통해서 검증된 전통있는 출판사를 선호하는 정도지 묘수 같은 것은 없다."
-교보문고가 회원제 전자책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최근 열린책들은 휴대폰 앱을 통해 1권당 1,000원 꼴로 세계문학전집을 패키지 판매해 출판 유통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자책은 벌써 10년 가까이 마진 등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서로 접점을 찾는 과정에 있다. 출판사 보다 유통에 일가견이 있는 업체에서 나서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열린책들의 경우는 단행본과 전집은 유통구조가 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집은 서점에서 거의 팔리지 않는다. 단행본의 유통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는 꼭 나쁘게 볼 건 아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