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하면 대부분 어린이나 청소년의 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어른'이 ADHD로 고통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DHD로 진단 받은 19세 이상 환자는 2006년 699명에서 2011년 3,346명으로 늘었다. 전문의들은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 ADHD 환자들은 약속이나 할 일을 자꾸 잊고, 업무를 정해진 시간 안에 마치지 못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대화의 흐름을 놓치고, 쉽게 화를 내는 등 감정조절이 잘 안 된다. 이 때문에 직장이나 가정에서 핀잔을 듣거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울, 과민, 불안 같은 2차 증상이 생겨 비로소 병원을 찾는다.
성인ADHD연구회 이원익 원장(마음누리 신경정신과의원장)은 "ADHD인지 모르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2차 증상만 치료 받다 더 나빠지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 비해 성인 ADHD 전문가가 드물어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오래 걸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근본 원인인 주의력 결핍이 해결되면 우울이나 불안 증상도 없어질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원장은 "진짜 우울증은 우울감이 상당 기간 지속되지만, ADHD 환자는 짧은 시간 동안 우울했다 안 했다 기복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성인 ADHD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비싼 약값 때문이다. 성인 ADHD 환자는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 달에 10만~20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소아 환자는 약값의 30~50%만 낸다.
다행히 올해부터 이 같은 약값 문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1월 1일부터 소아 ADHD로 진단 받았던 만18세 이상 ADHD 환자의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성인이 된 뒤 ADHD로 진단 받은 환자들만 약값을 다 내야 하는 건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소아에 비해 성인 때 진단 받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보험 적용을 성인 ADHD 전체로 확대하는 건)단계적으로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6년 미국립보건원(NIH) 역학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 ADHD의 유병률은 전체 성인의 약 4.4%다. ADHD는 인종이나 지역간 유병률에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생활수준이 미국 못지 않은 우리나라 역시 잠재 환자가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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