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 후보자가 13일 결국 '버티기'를 접고 사퇴로 돌아선 것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돌아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4일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국회 본회의 표결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는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으며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는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돌리지 않고선 국회 표결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같다. 또 설령 국회 표결을 거쳐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하더라도 추락한 권위로 인해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동의를 구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여당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했던 것도 사퇴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이 후보자에 대해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데 쓰는 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데 이어 당 의원총회에서도 부적격 의견이 쏟아졌다.
여권 일각에선 "이 후보자의 사퇴에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새 정부 출범이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후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박 당선인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 측이 이 후보자에게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 측은 "박 당선인과는 전혀 관계 없으며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국 박 당선인은 취임 직후 헌재소장을 지명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 후보자 사퇴에 대해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본인이 여론을 고려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고 그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사필귀정"이라며 "자격 미달의 후보자를 추천한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는 여러 갈래 반응이 나왔다. 놀라는 분위기 속에서 "헌재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으나 "그동안 헌재가 상처 입은 것을 생각하면 그저 착잡할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언제 사퇴하느냐에 대한 관심은 컸지만, 이렇게 갑자기 이뤄질지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헌재의 한 연구관은 "후임 소장 인선이 빨리 이뤄져 헌재 기능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임 소장에 대한 하마평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후보자 지명 당시 유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이공현(64ㆍ사법연수원 3기) 민형기(64ㆍ6기) 목영준(58ㆍ10기) 전 헌법재판관과 박일환(62ㆍ5기) 김영란(57ㆍ11기) 박시환(60ㆍ12기) 전 대법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정종섭(56)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거명된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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