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상가 분양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생계를 위해 작은 가게라도 해야겠다고 전 재산을 투자한 서민들의 피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허위ㆍ과장 광고에 속아 퇴직금까지 털어 웃돈을 만들어 주변시세보다 비싸게 상가를 분양 받았다가 낭패를 보는 베이비부머 은퇴 투자자에서부터 목돈을 들여 점포를 시작했는데 1년도 채 안 돼 상가를 비우라는 대기업의 소송에 속수무책인 서민 생계형 투자자들까지 피해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그나마 허위ㆍ과장 분양광고 피해의 경우 소송을 통해 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통상 업체들이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상가ㆍ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하이해리엇 상가 투자자들은 시행사 등과 10년째 소송전을 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상가 시행사는 2003년 분양 당시 “서울지하철4호선 명동역과 지하로 곧장 연결되고, 미국 3대 백화점 중 하나가 입점키로 했다”는 내용의 허위광고를 했다. 투자자들이 이후 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배상판결도 받았지만 시행사 대표 권모(50)씨가 잠적하면서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다. 당시 시행사의 허위광고에 속아 주변시세보다 50% 가까이 비싼 웃돈을 주고 상가분양권 5개를 산 주부 정모(58)씨는 “은행대출 5억원을 더해 10억여원을 투자했지만, 입점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10년 째 임대료도 못 받고 이자로 한 달에 250만원씩 물고 있다”며 “3년 전부터는 우울증이 심해져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구 신당동에 짓고 있는 대형 쇼핑몰 ‘맥스타일’ 상가도 소송전이 한창이다. 시행사 측은 2007년 분양 당시 “쇼핑몰이 인근 지하철 동대문운동장역과 건설 예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지하로 곧장 연결된다”고 허위광고를 했고, 이에 속아 2,500억원을 투자한 1,700여명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급기야 법원이 “허위광고를 보고 계약한 140여명에게 시행사가 분양대금 전액인 176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난 12일 판결했지만, 전체 분양자가 1,700여명에 달해 피해액수는 무려 1,000억원대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서민들이어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정작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은 손을 놓고 있다. 맥스타일은 상가 분양 당시 관할 중구청에 분양신고조차 하지 않았지만, 중구청은 지금까지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 개정된 건축물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가 분양업체는 광고를 포함한 분양관련 사항 전부를 관할 지자체에 사전 신고해야 하고, 지자체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분양허가를 내주도록 돼 있다. 시행사가 이를 어길 경우 구청은 3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중구청은 지금까지 맥스타일 시행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롯데월드지하상가에서는 호텔롯데와 임대매장 상인 18명이 점포 임대 기간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 3월 입점하면서 임대 비용 외에도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1억7,000만원을 쓰는 등 전재산을 투자했는데, 롯데 측이 지난해 9월 출입구 공사를 해야 한다며 점포를 비우라고 했다”며 “1년도 채 안돼 나가라는 데 살길이 막막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롯데 측은 상인들이 점포를 비우지 않자 최근 법원에 소송을 냈다. 롯데 측 관계자는 “임대 상인들은 롯데가 아닌 KBC와 임대계약을 맺었다”며 “KBC와는 실제로 1년만 영업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롯데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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