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분노를 나타내면서도 실제로는 북한 이외 국가들에게 냉정을 촉구하고 있어 이중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이중적 태도가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국은 12일 북한의 핵실험이 확인되자 외교부 성명을 통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양제츠 외교부장(장관)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 강한 불만을 나타낸 뒤 초치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 핵실험 당일 북한대사를 부르고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이 9일부터 춘절(春節ㆍ설날) 연휴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행동은 이례적이다.
중국은 그러나 실제 대북 제재에 있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양 부장은 13일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북한 핵실험을 비판하면서도 한국의 냉정과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부장은 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도 “유관 당사국들이 대국적 견지에서 적절하게 대응해 정세의 반복적인 격화를 방지해야 한다”며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초강도 제재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인데 이는 2006년과 2009년 이뤄진 북한의 1, 2차 핵실험 당시 보인 태도와 유사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과거 두 차례 북한 핵실험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처럼 이번에도 대북 결의안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제재의 수위를 최대한 낮추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실질적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한 외교관은 “냉정과 자제가 가장 필요한 나라는 북한인데 중국이 정작 북한에게는 딱 부러진 입장을 보이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에게만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중국의 이런 태도 때문에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도발을 강행해 중국의 핵심 이익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외교관은 “중국은 기본적으로 제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과 중국의 특수 관계를 감안할 때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전후해 중국이 보인 태도에는 분명 종전과 다른 진전된 부분이 있으며 이런 움직임은 평가를 해야 한다”고 다른 견해를 보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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