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이동흡(62)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전격 사퇴했다. 헌재 소장 후보자의 낙마는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에 이어 두번째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2일 인사청문회 이후 칩거해오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책임을 외부에 돌리며 "국회 표결 전에는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고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사퇴론이 제기되는 등 여론의 압박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사퇴한 데 이어 헌재 소장 후보자까지 사퇴함으로써 인선에 관여한 박근혜 당선인도 적지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동흡 후보자는 지난달 3일 박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협의를 통해 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이날 '공직 후보 사퇴의 변'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헌재 소장 후보자 인사청문과 관련해 그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오늘자로 헌재 소장 후보자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짧게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오후 6시30분쯤 전화를 걸어와 직접 작성한 '사퇴의 변'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전용, 외유성 해외출장, 관용차의 사적 사용 등 도덕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보수적인 판결 성향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시민단체는 3억2,000만원에 달하는 특정업무경비의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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