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최민식 선생님이 2월 12일 아침 세상을 뜨셨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이자 포토리얼리즘의 거장이셨던 선생님이 자신의 분신과 같던 수동 니콘 필름카메라를 손에서 놓으신 것이다. 선생님의 사진에 일찍이 감화됐던 나는 편집자로서 선생님의 책을 만든 경험이 있다. 내가 부산 자택으로 몇 차례 찾아 뵌 적도 있고 선생님이 서울에 올라오실 일이 있으면 미리 기별을 주셔서 뵙곤 했다. 기골이 장대했던 선생님은 고령에도 몸이 굽지 않고 꼿꼿했고 걸음걸이도 젊은 사람보다 훨씬 빨라서 건강을 의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생의 끈을 놓으시다니. 평생 휴머니즘을 추구하셨던 선생님은 약자와 빈자들 편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선생님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렸지만, 외려 국내 주류 사진계는 선생님을 홀대하고 무시했다. 아마도 이것은 선생님이 대학에서 정규 코스를 밟지 않은 형편과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선생님은 젊은 시절, 일본으로 밀항해 그곳에서 미술교육을 받았지만 사진은 독학으로 깨친 것으로 알려졌다. 선생님은, 한국 기층민중의 현실을 충실하게 렌즈에 담아내는 작업을 눈 여겨 본 선교사의 후원을 받아 어렵게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초창기엔 사진집 출간과 전시회 준비도 자비를 들여 했다. 그러면서 서울 중심의 주류 사진계를 조금도 기웃거리지 않았다. 선생님에겐 당신의 렌즈가 주류였고 중심이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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