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퇴출이라는 '핵폭탄'을 맞은 세계 레슬링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제기된 그레코로만형 퇴출에 대한 결단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초유의 사태로 위기를 맞은 만큼 FILA는 애초 태국 푸켓에서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FILA 이사회를 하루 앞당겨 15일부터 이틀간 진행한다. FILA 이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개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체 '다운사이징' 개혁
각국 레슬링계는 IOC의 결정에 패닉 상태다. 대한레슬링협회도 초ㆍ중ㆍ고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의 쏟아지는 문의에 전화기가 불통이 났고, 협회 홈페이지마저 다운이 됐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지도자들은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느냐"며 협회를 압박하고 있다. 협회는 2012년 기준으로 1,808명에 불과한 레슬링 등록 선수가 행여나 더 줄어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기정 협회 전무는 "중ㆍ고 선수들이 이탈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15일부터 시작되는 FILA 이사회에 대한레슬링협회 임원 2명이 참석한다. 김창규 아시아레슬링연맹 회장과 김익종 FILA 이사 겸 심판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미 푸켓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김익종 이사는 "그레코로만형을 없애는 개혁안을 비롯해 체급 축소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며 대수술을 예고했다. 이어 "올림픽 잔류를 위해 최선책을 내놓을 것이다. 5월 러시아에서 2차 IOC 집행위원회가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한레슬링협회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제안으로 15일 긴급대책 회의를 갖는다. 문화부는 선수와 지도자 등을 포함한 5,6명의 레슬링인과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높아지는 '레슬링 살리기' 목소리
레슬링 강국인 러시아와 일본이 레슬링 퇴출에 강하게 반발하며 개혁을 외치고 있다. 미하일 마미아술리 러시아 레슬링협회장은 "라파엘 마티니티 FILA 회장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아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2002년부터 FILA 수장을 맡아 장기집권하고 있는 마티니티 회장이 부패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심판위원장까지 겸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레슬링협회 김해진 전 회장과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마티니티 회장은 부패의 아이콘이다. 부인과 가족들이 모두 FILA에서 일하며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오죽하면 회장의 부인이 FILA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느냐. 아마도 이런 끔찍한 부분들이 IOC에도 알려졌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국이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55㎏, 60㎏에서 불리한 심판 판정을 받자 김 전 회장은 마티니티 회장에게 "심판 판정까지도 간섭하는 만행을 IOC에 제소하겠다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양정모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마티니티 회장은 독선적이다. 심판 판정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IOC 위원들과도 사이가 껄끄럽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이번 FILA 이사회에서 4년 임기가 남은 마티니티 회장의 거취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이노세 나오키 도쿄 도지사도 레슬링 퇴출에 거세게 반발했다. 도쿄는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한 상황이다. 나오키 도지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레슬링이 2020년에 포함되지 않으면 도쿄의 올림픽 유치도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일본은 런던 올림픽에서 4개 금메달을 휩쓴 레슬링 강국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