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주변에서는 설 연휴를 전후해 실험 시기가 임박했다는 여러 징후들이 포착됐다.
최근 풍계리 주변에서는 위성사진을 통해 인력과 장비를 철수한 것이 확인됐지만 핵실험과 관련된 움직임은 식별되지 않았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8일 "미국과 적대세력은 공화국이 3차 핵실험을 한다고 지레짐작하면서 선제타격까지 해야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설 연휴를 앞두고 일부 인력들이 일시적으로 철수한건지, 핵실험이 연기되는 건지, 실제 실험 실시를 앞둔 북한의 기만전술인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렸다. 하지만 정부는 대체로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지난 1, 2차 핵실험 당시를 토대로 "북한이 보통 핵실험 직전에는 주변의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킨다"며 "사실상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냈다고 본다"고 전망했었다.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연기할 의사가 있었다면 노동신문 등 공식매체를 통해 입장을 밝혔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 발사에 앞서 가림막을 치고 동체를 해체하는 등 발사를 연기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 전격 발사한 전례가 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풍계리 동쪽 갱도에서 1차 핵실험 때에도 실험에 앞서 가림막을 설치했으며 이번 3차 핵실험을 앞두고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서쪽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했다가 철거했다.
북한은 이 같은 기만전술을 펴다 실험 하루 전인 11일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 핵실험 계획을 통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2시43분쯤 "우리 국방과학 부문에서는 2월12일 북부 지하 핵실험장에서 제3차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오전 11시57분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인공지진이 감지된 지 2시간 40여분 만이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반응이나 행적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14일 은하 3호 발사 성공과 관련, "김 1위원장이 발사 당일(12일) 친필 발사 명령을 내렸고 로켓 발사지휘소까지 직접 시찰했다"고 보도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만일 은하 3호 발사가 성공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김정은의 친필 발사명령과 지휘소 방문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1위원장은 이날 현장을 방문해 실험을 진두 지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북한의 3차 핵실험 성공 여부를 두고 남북간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김정은의 군사적 업적을 만들고 지도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선 북한은 성공 여부가 명확해진 다음 그의 행적을 보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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