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 운동 1세대로 평생 소비자 권리를 확보하는 활동에 헌신해온 정광모 전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 12일 낮 12시 30분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태어나 서울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51년 평화신문, 서울 신문을 거쳐 1962년부터 74년까지 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소비자 운동 전문민간단체로 1970년 설립된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소비자 운동의 첫 발을 내디뎠다. 70년 미국소비자연맹 회장이었던 콜스턴 박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소비자 운동에 참여하면서 당시 서강대 상경대학장이었던 김병국 박사와 함께 이 단체를 본격적으로 만든 것이다.
79년 회장으로 선임된 고인은 지난달 24일까지 34년 동안 소비자연맹의 수장으로 일했다. 재임 중 활동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상품테스트, 시장조사, 모니터링 등 소비자 관련 각 분야의 운동 방법을 개발하거나 체계화시켰다. 소비자 대학 설치 등 정기적인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소비자 모니터를 배출하기도 했다. 소비자고발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직접적인 피해구제는 물론이고 소비자피해보상규정 확립과 소비자보호법 제정 등에도 크게 기여 했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오늘의 소비자 운동 기반을 닦은 분"이라고 고인을 평가했다.
고인은 교육자이기도 했다. 2000년부터 6년 동안 학교법인 경원학원 이사장을 맡아 교육행정 선진화와 후학 양성에 앞장섰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연운동협의회장과 에이즈예방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건강보호 활동에도 힘을 보탰다.
소비자 운동의 대모로서 여성 후배들을 이끌며 한국사회의 여성지도력을 신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4년에 한국여성지도자 대상을 받았으며, 2010년엔 경원대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강정화 소비자연맹 회장은 "고인은 소비자 운동의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늘 빨간 옷만 입고 다니셨다"며 "소비자 문제에 대해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평생 헌신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고인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유족으로는 조카 정진희(부산예술고 외래교수), 정진승(한국음악협회 아라아리 교향악단장), 정진현(에이포이 대표)씨가 있다. 유족 측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앞장섰던 유지를 받들어 충북 음성꽃동네에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장례는 국내 처음으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으로 진행한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5일 오전 9시30분. (02)2258-5940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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