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서브로 승부하려면 라켓을 들지도 말라."
여자테니스 국가대항전 2013 페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1그룹 예선이 지난 9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폐막했다.
한국 테니스는 이번 대회에서 1그룹 잔류에 '성공'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못하다. 6년 연속 1그룹 잔류 '제자리 걸음'에 대회 참가 7개국 중 6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5위보다 한 계단 밀려난 성적표다. 냉정하게 보면 꼴찌 1개국만 지역2그룹으로 밀려나는 시스템의 덕을 본 것이다.
대표팀 이정명(46ㆍ강원도청) 감독도 "당초 1그룹 잔류가 목표였지만 지난해보다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 선수들의 서브에이스, 다운더라인(down the lineㆍ직선 공격)등 공격포인트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중국 대만 우즈베키스탄은 2진급을 출전시켰음에도 탄탄한 서브에이스는 물론 다운더라인 샷을 수 차례 성공시켜 한국팀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 감독은 "서브에서 두드러진 실력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며 "서구체형의 우즈베키스탄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와 체격조건이 비슷한 중국과 대만선수들의 체중을 실은 서브와 과감한 네트플레이를 보고 한국여자 테니스의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우리 선수가 긴 랠리끝에 어렵게 포인트를 따내면 상대는 에이스 한 방으로 이를 만회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이 감독은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서브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으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라는 의미"라며 "위기가 곧 기회다"라고 애써 희망을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4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맏언니 류미(27ㆍ인천시청ㆍ랭킹569위)에게선 듬직한 안정감이, 한국 여자 최고랭커인 한성희(23ㆍKDB산업은행ㆍ296위)에게선 다년간의 국제무대 경험에서 오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지만 에이스다운 '존재감'은 찾을 수 없었다. 이유는 밋밋한 서브 때문이다. 서브가 약하다 보니 상대에게 역공을 허용하게 되고 자신의 서브게임을 쉽사리 내주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체력조건이 좋은 대표팀 막내 이소라(19ㆍ원주여고ㆍ389위)의 서브도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이소라는 대만전에서 찬친웨이(28ㆍ268위)를 맞아 1세트를 6-4로 따내며 기세를 올렸으나 역전패한 이유도 서브파워에서 밀렸다는 분석이다. 한성희 역시 2단식에서 창카이천(22ㆍ84위)에 세트스코어 1-2로 무너진 뒤 "스피드에서 밀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팀 한민규(41) 코치는 "상대의 서브를 받아 넘기기에만 급급하게 돼 공격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위너 샷(상대가 리턴하지 못했을 때 얻는 포인트)에 의한 득점보다는 상대 실수에 의한 득점이 더 많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90년대 테니스가 화려한 스트로크 중심의 랠리 싸움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선 서브 한 방에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서브 파워를 키우는 것이 가장 쉽고, 가장 빠르게 테니스 실력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감독은 "내년 대회 목표는 지역1그룹 3~5위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국 대만 중국과 같은 등위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선 다운더라인을 비롯한 적극적인 위너샷을 장착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테니스인은 "대표 선수들이 '원 오브 뎀'(one of themㆍ여럿 중의 하나)에 불과한 실력이라면 처음부터 태극마크를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며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밤낮을 잊고 기량 향상에 피와 땀을 쏟는 근성부터 길러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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