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섶 지고 불에 뛰어드는 김정은 '핵 도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섶 지고 불에 뛰어드는 김정은 '핵 도박'

입력
2013.02.12 12:14
0 0

북한이 어제 기어코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가 한 목소리로 중단을 촉구하고 경고를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 단추를 눌렀다.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결의를 부른 장거리로켓 발사 2개월 만에 국제사회와 남한을 상대로 더 큰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20대 후반의 어린 지도자가 이끄는 체제의 무모함과 모험주의에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군 당국은 인공지진 규모가 4.9로 측정된 것으로 미뤄 이번 핵실험이 6~7kt(TNT 6,000~7,000톤) 정도의 폭발력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1, 2차 실험 때 추정치 1kt, 2~6kt에 비해 향상되긴 했지만 예상한 수준보다는 못하다. 일부에서 거론됐던 수소폭탄 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 실험으로 보기에도 못 미치는 폭발력이다. 하지만 핵실험 제어기술에 따라 폭발력 조절이 가능한 만큼 인공지진 크기만으로 규모를 단정하기 어렵다.

북한 중앙통신은 어제 “제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이전과는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공언해온 만큼 핵무기 소형화에 진전이 있거나 고농축우라늄(HEU)핵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이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침해한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해 실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강변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2차, 3차 조치를 취하겠다며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광명성 3호 위성을 궤도에 올린 장거리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결의 2087호에는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 최대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했다. 이를 빌미로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일련의 안보리 대북결의안의 명백한 위반이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성명을 내고 “한반도 동북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자,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당선인과도 긴급회동을 갖고 정권 이양기에 흔들림 없는 대응을 다짐했다. 주요 국가들도 규탄 성명을 속속 내놓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지역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반대에도 핵실험을 다시 진행한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숙 주유엔 대사가 이달 의장을 맡고 유엔안보리는 어제 밤 긴급이사회를 소집, 대북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달 채택된 안보리 결의 2087호는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도발을 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돼 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대북 제재 조치가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유엔헌장 7장 42조에 근거해 군사적 조치까지 가능한 결의 채택도 거론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급격한 군사적 긴장 고조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엔안보리 안팎의 격앙된 분위기에 비춰 북한의 무기 수출이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질 반출입을 막기 위한 해상봉쇄 수준의 조치, 혹은 2006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와 같은 강력한 금융제재가 취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태도다. 어제 외교부 성명에서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호소함으로써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규탄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마냥 소극적으로 머물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은 중국도 어느 정도 참여하는 제재 강화로 한층 강화된 고립화를 피할 수 없다. 북한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오바마 2기 행정부 임기 개시와 박근혜 새 정부 출범 등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국면전환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게 안타깝다. 박 당선인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언감생심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7,000만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앙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무모한 핵 장난을 멈추고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