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짝폴짝 뛰면서 교사들의 이름을 외쳐대는 제자들을 보며 더 힘을 내서 연주했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윤중초등학교에서 열린 제33회 졸업식.이날의 주인공인 6학년들은 평생 잊지 못할 선물 하나를 받았다. 졸업식의 모든 순서가 끝난 후 내내 자신들과 함께 앉아있던 선생님들이 갑자기 연단 위에 오른 것이다. 졸업생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이어 가요 '붉은 노을'의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적막이 흐르던 강당은 학생들의 환호로 들썩거렸다. 이 학교 5, 6학년 담임교사 8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밴드 '더 티쳐스'가 정든 학교를 떠나는 제자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대학시절 밴드동아리에서 드럼이나 베이스, 건반 등을 연주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 주축이 된 '더 티쳐스'는 2011년부터 졸업식과 축제 등 학교 행사 때마다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 왔다.
건반을 맡은 5학년 담임 표밝은(28)씨는 "8명 모두 퇴근 후는 물론 주말도 반납하고 학교에 나와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하곤 했다"며 "이번에 부른 '붉은 노을'과 '나 어떡해'를 위해 지난 달 스키캠프에서도 아이들이 잠든 후 연습을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제자들 역시 선생님들이 자신들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했다는 생각에 더 큰 호응으로 답해주는 것 같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보컬을 담당한 5학년 담임 정문희(28)씨는 "아이들 몰래 준비하느라 방과 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조금은 어설프지만 휴대전화 동영상까지 찍어가며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는 아이들을 보면 그 동안 고생이 싹 사라진다"며 활짝 웃었다.
"우리 선생님이 제일 잘한다고 말해주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연습할 겁니다." 14일 교사 퇴임식에서 또 한 번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더 티쳐스'의 다짐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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